생각해보면 난 어렸을 때 정말 꿈이 없었다. 어른들이 내게 ‘넌 꿈이 뭐니?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을 때가 가장 난감했다. ‘되고 싶은 게 없는 데요’라고 하자니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 보일까봐 겁이 나서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니스트요, 의사요, 변호사요’ 아무 거나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어른들이 듣길 원하는 것만 말했던 것 같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도 남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숨기고 우물쭈물하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 어릴 때처럼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혼이 날 것 같다.

누군가 꿈을 갖고 살아갈라 치면 누군가 나타나 그 꿈을 깨뜨려 버리는 게 요즘 우리 사회다. 그 누군가는 부모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고 또 내 자신이기도 하다. 다들 남보다 돋보이는 삶을 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고스란히 밟는 건 아마 자신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기 전에 아예 접어버리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경쟁 사회에서 맛보기 힘든 약간의 위안과 안정을 얻게 된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데도 소위 인기학과에 진학하거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하기 싫은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 이 이에 속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주관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타인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떠한 삶의 모습을 지향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자신을 바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입학한지 엊그제 같은데 고학번이 된 지금, 부쩍 사춘기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이런 잡다한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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