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소통하는 돌봄 사회로!’를 외치며 마을공동체를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 바로 성미산학교의 초대 교장이자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의 센터장 조한혜정(연세대․사회학과)교수다. 조 교수는 무너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대안을 찾는 과정의 일환으로 칼럼집 <다시, 마을이다>(2007)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공동체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다시, 마을이다>의 부제목은 ‘위험 사회에서 살아남기’다. 조 교수가 말하는 위험 사회란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공공성이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의미한다. 그녀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시장주의 시스템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IMF시대 이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있는데 돈이 그들을 안도하게 한다”며 “대학이 ‘돈 잘 버는 인재를 기르겠다’는 목표로 학생에게 접근하면 대기업에 의해 몇 년 쓰이다 금방 버려지는 소모성 건전지를 양산하게 될 뿐”이라 말했다.

이 같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조 교수가 찾은 해결책은 우선 교육이 바로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대안 교육, 대안 문화 등을 강조해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안 학교를 다닌 학생들도 불안해하긴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구조가 창의력 있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닫혀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초중고생은 선행학습이 기본이고 대학생도 학원에 다니는 비정상적 경쟁체제서 벗어나 서로 공생하는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과잉 경쟁체제를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마을공동체’에서 구한다. 마을공동체를 통해 서로 교류함으로써 주고받음에 대한 인식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미산마을은 조 교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을상과 흡사하다. 조 교수는 “서로 공생하는 사회적 감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 공간이 성미산마을과 같은 마을공동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 학생 문화에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학생협특별위원회에 가입한 생협은 △경희대 △동국대 △이화여대 등 총 19곳으로 후생복지사업과 친환경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조 교수는 “우선 대학 내 생협이 출발점으로서 활성화돼야 한다”며 “연세대는 생협 외에도 ‘범선해적단’이라는 자취학생끼리의 출판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 말했다. 또한 그녀는 마을과 유사한 집합체적 삶을 강조하며 “대학생들도 마을의 개념을 도입해, 같은 건물에 모여 살면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세미나를 열거나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등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 마을공동체의 규모와 활동이 더 확대될 것이라 말한다. 그녀가 예로 든 우리 사회의 공동체 모습은 이를 더욱 실감케 했다. 사회적 기업인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청소년 학습 공간이다. 올해 ‘사회적 창업 프로젝트 NOW’를 통해 △스토리텔링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을 키우고 있다. 또한 ‘콩세알 나눔마을’은 도시인과 농업인이 연계해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고 생태캠프와 초록장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도 연구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카페에서 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카페트랜스’를 두고 있다. 조 교수는 “생태적 마인드를 가지고 모인 공동체라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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