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45분이 지나도 2교시 수업은 끝나지 않았다. 취재를 위해 한 교수님과 2교시가 끝난 직후 통화를 약속했던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47분경 교수님께 전화가 왔다. 처음은 잘 참고 넘겼는데 두 번째 전화가 오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차에 슬며시 문을 열고 나가 전화를 받은 뒤 들어왔다.

조용히 나갔다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강의실 문을 열자 모든 학생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고, 교수님 얼굴은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야 너 누구야, 왜 수업도 안 끝났는데 나갔다 들어와.” 나는 당황했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졌다. 이름을 말씀드린 뒤 신문사 일 때문에 전화를 받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성급했던 행동이 후회가 됐고, 수업 분위기를 흐려버려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쭈뼛하게 앉아있는 내게 교수님의 성토는 이어졌다. “저런 못된 애들 때문에 착한 학생만 손해를 본다. 내가 화를 내는 만큼 수업시간을 빼앗기거든. 내가 전에 있던 대학의 신문사는 몇 천 만원씩 예산을 썼는데 정작 읽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신문을 위해 동료 기자들은 며칠 씩 밤을 새기도 하고, 수업도 어쩔 수 없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오는 신문이 우리의 노력만큼 고대인들에게 대접받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월요일마다 학생들은 신문을 찾고, 옛 시절을 추억하는 선배들은 학창시절의 신문을 보러 편집실을 찾는다. 가슴을 아리게 한 교수님 말씀이 오히려 나에게 더 분발해야겠다는 자극으로 다가온다. 역시 난 어쩔 수 없는 '나쁜'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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