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다가오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난다. 우리와 나이차이도 많이 나셨고, 교사가 되신 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담임을 맡아 여러모로 서투르셨다. 무엇보다 수능과 관련 없는 과목을 담당하면서 고3 담임을 맡았다는 점 때문에 민감한 시절을 보내던 나와 친구들은 선생님에게 거리감을 느꼈고, 다른 반 담임선생님과 다르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었다. 선생님에 대한 선입견은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도 짧게 답하며 물러섰고, 선생님이 멀리서 걸어오시면 가던 길을 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고3 생활이 끝나 내가 갈 대학도 다 정해지고 졸업식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선생님께서 집에 한 번 놀러오라는 연락을 하셨다. 어떻게 거절할 핑계를 찾지 못해 선생님 댁을 찾아갔다.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며 얼마나 지루한 시간일까 하는 걱정을 하며 쭈뼛쭈뼛 벨을 눌렀다. 선생님과 사모님은 내가 들고 간 음료를 받으시며 다음부턴 이런 것 없이 편하게 오라는 말로 나를 반기셨다. 선생님께선 전통다예로 차를 내 주시며 대학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전공 선택이 고민된다는 내게 도움이 될거라며 읽으시던 책을 선물로 주셨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금방 흘렀고 그 때 해주신 말씀은 지금 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나 싫어했던 선생님이었는데 가끔씩 생각이 난다. 과외나 공부방 봉사활동을 하며 어설프게나마 교사 흉내를 내보니 그 때 선생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댁으로 나를 초대하셨던 게 마지막까지 먼저 손을 내미신 것 같아 고마운 한편, 그 마음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여 죄송하다. 철없던 여고생들 때문에 눈물을 보이시고 속상해 하셨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은사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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