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빌라 콜롬바이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한 여인이 있었다. 온화한 성품의 부모님 밑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그녀는 불행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일 년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토록 심한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던 그녀는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나이팅게일이 ‘백의 천사’로 불리게 되기까지는 절망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갈고 닦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는 사막 지대에 사는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마찬가지의 노력을 요한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리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없듯,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 결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이면 좌절의 나락으로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 생각하는 게 다들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는 건 어떨까 하는 거다.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자기 자신에게는 냉혹한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 바른 인간상으로 여겨져 온 문화 때문인 건가?

지난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요즘 부쩍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단 생각이 든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환갑이 넘은 나이에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했던 걸까 싶으면서도 그 역시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웠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마냥 우리도 그 간절함과 너그러움, 여유를 갖는다면 나이팅게일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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