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뼈가 두 동강 날 뻔했어요. 근데 다친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대요. 무릎뼈에 금이 가 있는 채로 태어났는데 일반인들은 잘 못 느낀대요. 제가 운동량이 많아서 계속 금이 간거죠. 그 무릎으로 6년을 버텼다니. 저 대단하죠? 하하"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민

이재민(체교 06) 선수를 만나자마자 왜 다쳤냐며 뜬금없이 묻자 밝게 대답해주었다. 작년부터 올 초까지 수술과 재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선수 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뻔 한 선수치고는 꽤 덤덤하게 대답한다. 운동선수에게 부상과 재활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다. 자칫하면 전성기 때의 명성을 한 순간에 잃을 수도 있고, 재활 후 복귀한다 해도 예전만큼의 실력을 백 퍼센트 회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라운드에서 들 것에 실려 나가는 순간 내일이란 없다. 오직 고통과 절망감으로부터 싸워 이겨야만 하는 지금 이 순간만이 남는 것이다.

"여덟 달 중에 처음 석 달은 주어진 해방감과 자유 덕분에 주체하지 못 할 만큼 기분이 좋았어요. 생각없이 집에서 쉬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석 달이 지나자 슬슬 불안해지는 거에요. 운동이라는 게 하루만 안 해도 감이 떨어지거든요. 거기다 살이 조금씩 붙으니깐 몸도 무거워지고.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긴 휴식과 자유로움에 나태해 질 법도 한데, 석달만에 정신이 바짝 들더란다. 친구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질텐데 본인에게 느는 것은 살뿐이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극복했단다. 교회에 나가서 기도도 열심히 했다고. 평소의 이런 마음가짐과 습관이 올해 초에 있었던 재수술에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첫 수술이 잘못 되어서 복귀한 지 다섯 달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랐어요. 한창 컨디션이 좋을 때한 재수술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운동을 그만두게 될 거라는 걱정이나 깊은 낙심에 빠지지는 않았어요. 당연히 복귀할 것이고 예전만큼의 실력을 충분히 회복할 거라고 믿고 있었거든요."

자신에 대한 강한 신념과 긍정적인 사고가 수술과 재활이라는 끝을 알 수 없던 긴 터널 속에서 무사히 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 그리고 용래형 고마워요!"

현재 경남FC 소속, 이 선수의 한 학번 선배인 이용래(체교 05) 선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기사 마지막 부분에 꼭 이 얘기를 넣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힘든 재활 시기에 용래형이 격려 전화를 자주 해줬어요. 정작 형도 졸업을 앞둔 시점에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당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텐데..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어요. 2년 동안 형이랑 방을 같이 써서 잘 통하기도 하구요. 용래형 눈빛만 봐도 공이 어디로 올지 감이 와요. 나중에 용래형이 크로스 해 준 공이 제 발을 거쳐 골로 연결되는 순간이 오겠죠?"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이 선수는 어쩌면 선천적인 무릎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천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에게 인정받는 선수로 자리잡기까지 고통을 인내하고 더 큰 발전을 위해 땀흘린 노력파 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수술 후 미래에 대한 걱정과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난 ‘즐기는 자’이기도 하다. 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자질을 충분히 이끌어 낼 때, 대인배의 넓은 마음으로 그 상황을 즐길 때 만들어진다. 그 중심에 이재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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