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서 열리고 있는 대통령배 대학야구대회에서 고려대는 투·타에서 임치영(체교 08)과 오정환(체교 06)의 활약에 힘입어 영남대를 5-1로 꺾고 4강전에 진출했다. 승부는 초반에 결정 났다.

1회 2사 만루에서 6번 지명 타자로 출전한 오정환이 센터를 넘기는 목동 구장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120m 대형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단숨에 4점을 선취했다.

1회 선두타자 고려대 주장 홍재호(체교 06)가 투수 마운드를 맞춘 공이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며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이어 박세혁(체교 08)의 우전 안타와 김남석(체교 07)의 볼넷으로 맞은 1사 만루 찬스. 5번 타자 중견수 이준호(체교 06)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가 무산되는 듯싶었으나 6번 지명타자 오정환이 2-2에서 상대 투수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받아쳐 그랜드슬램을 만들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정환은 “2-0이후 직구 두 개가 연속으로 볼이 되는 것을 보고, 상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것을 의식해 슬라이더를 노리고 쳤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첫 안타를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오정환은 8회 1사 2루 기회였던 마지막 4번째 타석에서 고의사구를 얻기도 했다. 올해 처음 경험하는 고의사구라 “멍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3회까지 3루쪽에서 구경하던 연세대에게 고려대의 기세를 보여주었다. 경기 초반 불붙은 방망이로 금세 추가점을 얻어냈다. 2회 1사 이후 박세혁의 잘 맞은 라이너성 타구를 중견수가 무리하게 달려오다 빠뜨리며 3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황정립이 깔끔한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5-0으로 도망갔다.

이후 추가점을 얻기 위해 고려대는 많은 작전을 걸었다. 특히, 6회 1사 3루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지만 상대 배터리에 간파당해 피치아웃에 걸려 아웃됐다. 8회엔 선두타자 김남석의 안타 출루 후에 희생번트 등으로 만든 기회도 잔루로 남겼지만 든든한 투수진들이 승리를 지켜줬다.

작년 시즌 5승2패 방어율 1.57로 영남대 마운드의 에이스 역할을 하던 김형준은 2이닝동안 5실점을 하며 강판됐다. 이어 던진 최재윤은 경기가 마치는 9회까지 고려대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직구 구속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공을 쥔 손을 숨긴 채 짧은 팔스윙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남대의 반격은 4회에 시작됐다. 고려대 선발투수 임치영과 포수 김민(체교 08) 배터리 조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영남대는 김현곤이 황정립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하고, 김준호의 안타로 1사 1,3루의 찬스를 만든다. 김태훈이 친 평범한 땅볼에 2루수 홍재호의 수비 실책으로 영남대는 처음이자 마지막 점수를 얻어냈다.

임치영은 공이 낮게 제구 되면서 흔들림 없이 6.2이닝동안 1실점(비자책) 탈삼진 7개를 잡아내며 호투했다. 사사구를 1개밖에 허용하지 않는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호투의 비결을“민이와 함께 타자를 연구했다. 경기 전 변화구의 제구력이 좋아, 카운트를 잡을 때 변화구를 사용했고, 승부구로 직구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한 타선이 돌고나서 패턴을 역으로 바꾼 것도 주효했다”고 밝히며 포수인 김민의 도움이 컸음을 밝혔다. 급해 보이기까지 했던 빠른 투구동작에 대해 묻자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의도적으로 빠르게 던졌다. 주자가 나갈 때마다 견제에 신경 쓴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다음 경기에 다시 나올지 모르니, 컨디션 조절에 힘쓸 것이다. (신)정락이형이 다음 경기는 완봉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올해 정식 경기에서 처음으로 선발 중견수에서 유격수로 복귀한 황정립(체교 08)은 송구 실책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안정된 포구와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자신의 주(主)포지션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7회에 나온 다이빙캐치는 자칫 추가점을 내주며 어렵게 갈 수 있었던 경기를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Play of the day'였다.

7회 2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올라온 문승원(체교 08)은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 했다. 1.1이닝동안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마지막 이닝인 9회에 올라온 임진우(체교 06)는 비록 1사 이후 볼넷 하나를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를 병살로 잡아내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8강전에서 영남대를 꺾은 고려대는 이후 펼쳐진 경기에서 성균관대를 4-2로 꺾은 건국대와 13일 오후 2시 목동 구장에서 결승행 티켓을 다투게 됐다.

고려대와 영남대 경기 이전에 펼쳐진 오전 경기에서는 경성대가 인하대를 4-1로 격파하고, 연세대는 원광대를 3-1로 꺾으며 먼저 4강에 선착했다. 

       1 2 3 4 5 6 7 8 9
고려 4 1 0 0 0 0 0 0 0 … 5
영남 0 0 0 1 0 0 0 0 0 … 1

승리투수 - 임치영
패전투수 - 김형준
홈런 - 오정환1호(1회4점, 중월120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