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전이 빛난 갚진 우승이었다.

고려대학교는 24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64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 남대부 결승에서 명지대학교를 누르고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침체 분위기를 걷던 고려대에게 있어서는 의미있는 우승이 되었다.

아무리 중앙대, 경희대 등의 강팀들이 빠졌다고는 해도, 고려대로서는 대회 출전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경기 자체가 버거운 상황이었다. 주전급인 김태주(체교 06, PG), 홍세용(체교 07, G) 등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고, 이충희 감독은 감독석에 앉지도 못한 채 선수들을 지도해야만 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기분좋은 성적을 남긴 대회였다.

이로써 고려대는 엇박자 나는 팀 운영에도 불구하고 2009년 첫 대회 우승과 대회 2연패라는 호성적을 동시에 거두며,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결실을 맺게 됐다.

◆높이를 바탕으로 한 내외곽 공격
◆대회 우승의 전리품은 ‘추진력’

우승의 일등공신은 역시나 4학년 센터진이었다. 주장 하재필(체교 06, C)과 팀내 최장신 방경수(체교 06, C)는 예선부터 결승전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에 공헌했다. 결승전도 이들의 선전 속에 손쉽게 리드를 잡아나갈 수 있었다.

경기시작부터 하재필은 덩크슛을 꽂으며 기세를 올렸다. 명지대는 높이에서 승산이 보이지 않자 외곽에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김시래(21, G) 등 외곽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명지대는 외곽포와 날카로운 돌파로 팽팽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전반을 32-37로 마친 고려대는 방심한 탓인지 3쿼터 초반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32-35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명지대의 외곽포를 막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결국 고려대는 명지대에게 3점차 리드를 허용한 채 4쿼터를 맞이하게 됐다.

우승의 갈림길이었던 4쿼터에서 고려대는 내외곽 공격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48-47, 1점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명지대 박지훈(21, F)에게 바스켓카운트를 허용해 역전 당했지만, 그 점수는 명지대의 마지막 리드 점수가 되고 말았다. 이후 신정섭(체교 06, SG)이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고 추가자유투까지 들어가면서 51-49, 재역전을 성공시켰고, 정범수(체교 07, G)의 쐐기 3점포, 김태홍(체교 07, F)의 멋집 팁인슛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의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뜻밖의 선전으로 거둔 우승

사실 고려대의 우승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결과는 아니었다. 이번 종별선수권에는 대학 3강이라 할 수 있는 중앙대, 경희대, 연세대가 모두 불참했기 때문에 중상위권 팀들이 우승을 놓고 다투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나 6월 1차연맹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건국대와 김현민(22, C)이 지키는 단국대 등이 대회 전까지 우승후보로 예상됐었다.

반면 이빨 빠진 고려대로서는 ‘참가에 의의를 두며’ 이번 대회에 나섰다. 먼저 내부사정으로 인하여 정식감독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전체적인 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고, 주전급 선수 몇몇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충희 감독이 내정되기 전에 대회 참가신청서를 낸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팀을 추슬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 첫 대회를 치루는 선수들의 자세는 남달랐다.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을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은 안정감을 찾았고 예선에서 패배한 명지대를 꺾고 ‘2009시즌 첫 출전 첫 우승’이라는 성적을 남기게 됐다.

◆대회 우승의 전리품은 ‘추진력’

고려대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얻은 가장 귀중한 전리품은 다름 아닌 ‘추진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전반기 내내 감독 자리를 놓고 내홍을 겪던 고려대 농구부는 대회 우승을 통해 팀을 이끌어 나갈 추진력을 얻게 됐다. 특히나 집안싸움의 중심에 있던 이충희 감독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조금이나마 힘을 얻게 된 것은 고려대 농구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은 문제는 이충희 감독의 정식 임명장 발급이다. 임정명 前 감독이 다시 돌아온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감독이 얼마나 빨리 정식 감독이 되느냐는 팀으로서 중요한 문제이다. 9월 정기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위태로운 감독 자리는 팀의 조직력만 와해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충희-강병수 체제가 정식 출범하며 정기전에 대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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