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수지 기자)
이사장님께서는 14대 총장이셨고 또 14대 이사장님이 되셨습니다. 총장이 아닌 이사장으로서 맡게 될 책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총장은 재단이 구현하려는 교육목표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사람이고, 이사장은 재단의 교육목표를 산하의 각급교육기관이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사람입니다. 총장은 재단과 함께 본인의 창의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면, 이사장은 재단의 산하에 있는 고려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합니다. 

취임사에서 첫 공약으로 전략기획실 설치를 말씀하셨습니다. 전략기획실에서 하게 될 일들은 무엇입니까
전략기획실 설치의 핵심은 지금까지 한 사람이 도맡아 했던 일을 여러 사람이 나눠 추진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재단을 세분화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더 잘 수렴하기 위해섭니다.
전략기획실 산하에 4개 내지 5개의 분과위원회를 두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안암·세종캠퍼스를 망라해 건축사업을 논의·심의하는 건축분과위원회, 세종캠퍼스 문제만을 다루는 세종캠퍼스분과위원회, 그리고 교육·인사분과위원회, 재정분과위원회 등의 일반위원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특별위원회도 마련할 방침입니다. 예컨대 총장 선출 제도를 담당하는 총장선출특별위원회, 재단 정관이나 학교의 규정을 법적으로 검토하는 정관법규특별위원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재단이 지니고 있는 자산을 수익이 나도록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주관하는 특별위원회도 포함됩니다. 앞으로 더 논의해 다듬어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략기획실 설치가 학교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됩니까
지금까진 학교에서 재단으로 안건을 제출하면 바로 이사회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일반분과위원회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이사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학교 측은 최소 보름 전에 완벽한 안건을 재단 측에 접수해야 합니다. 위원회에서 행정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략기획실 설치와 관련해 의료원과의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들었습니다
재단에 의료원 출신의 전문가를 둠으로써 의료원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재단이 의료원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원은 지금까지도 의료원대로 최선을 다해 진료사업을 해왔지만, 앞으론 재단이 의료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합니다.

재단의 발전기금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는데, 생각하고 계신 모금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모금도 중요하지만 재단이 가지고 있는 수익사업체를 확장하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를 검토해, 그 이윤으로 각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재단 산하에는 큰 수익사업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수익사업은 신중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손해를 내 재단과 학교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내 구성원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사업 환경을 꾸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을 맡고 있는 재단이 수익사업을 하는 것에 비판적인 학생들도 있습니다
재단은 수익사업을 해서 나오는 이익을 반드시 교육기관에 투자합니다. 대학의 법정전입금을 더 채워 준다거나 장학금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재단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재단은 어떻게 운영이 되겠습니까. 미국의 하버드 대학도 수익사업체를 두고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재단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총장으로 재직하신 기간에도 IMF관리체제로 힘든 시기였고,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금도 세계금융위기로 나라 전체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당시엔 위기의 극복방법으로 ‘기금창출, 구조조정, 절약’ 목표를 세우셨는데, 이번에도 세우신 목표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목표는 경제가 어렵든 어렵지 않든 대학이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대학은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라 돈을 쓰는 기관입니다.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꼭 필요한 데에만 돈을 사용해 낭비를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져도 대학과 재단이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사용하는일, 그리고 기금을 확보하는 일에는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구상하고 있는 건축사업이 있습니까
구상 중인 계획은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단계입니다.
다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고려대학교에서 어떤 건축사업을 진행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상징적인 건물이 되도록 하겠다는 점입니다. 가령 중앙광장의 경우처럼 다른 학교에서 봤을 때 ‘우리도 저렇게 하면 참 좋겠다, 저렇게 하면 효율적이겠다’는 부러움을 사 고려대학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총장 재직 기간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반된 평가가 공존합니다. 개인적으론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인기를 연연해서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책임을 맡고 있는 동안에 조직을 한 단계 씩 끌어올려 변화를 주도하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입니다. 총장으로 있었던 때에도 그랬고, 앞으로 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것이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 때 승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장 재직 당시 저는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열심히, 나중엔 몸이 아파서 수술할 정도로 후회 없이 일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해도 지금 이상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의 평가를 바라면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이사장으로 일할 때에도 무엇을 하겠다고 한 번 결정하면 절대 후퇴 하지 않을 겁니다.

대학에서의 재단의 바람직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재단의 역할은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외부에서 고려대학교가 하는 일에 불만을 표하는 경우엔 재단이 학교에 조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이 교육 목적을 원만하게 수행해내면 재단은 대학에 간섭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지금껏 그렇게 잘 해왔습니다. 대학은 총장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재단이 일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학교(교수진)와 재단 간 갈등이 일어나곤 합니다. 재단의 총장 선임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에서도 총장 선임을 위해 직선제, 간선제가 시행돼왔습니다. 저 역시도 직·간선제 모두를 거친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사장을 선거로 뽑지 않듯 총장 선임권은 원론적으로 재단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왔던 일련의 과정과 현실적인 점을 반영해서 앞으로 설치될 총장선출조직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제도로 가리라고 봅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 총장이 두 번 연임해 8년 정도를 재직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어떤 대학은 한 총장이 40년 간 연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장기적인 발전 능력이 있는 사람을 끌어내리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앞으로 고려대학교가 이런 우려들을 반영해 총장 선출 방식에 있어서도 선도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학내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졸졸 흐르는 냇물도 바다로 들어가고 큰 강도 바다로 들어갑니다. 바다는 깨끗한 물, 크고 작은 물, 더러운 물 다 받아들여 이를 ‘해납백천(海納百川)’이라고 합니다.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귀를 가지길 바랍니다. 서로 분열하지 말고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으로 화합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이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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