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돈 카를로스를 만나다
충무로에서 돈 카를로스를 만나다
  • 강승리 기자
  • 승인 2009.08.30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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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휘 인터뷰
사진/한상우 기자
8월 19일(수) 충무아트홀 대극장. 평일 낮인데도 뮤지컬 <돈 주앙> 관람석엔 관객들이 가득하다.

뮤지컬 초반에는 날렵한 몸매로 화려한 안무를 보여주는 돈 주앙에 시선을 빼앗긴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절제된 연기와 중후한 목소리로 극의 균형을 잡는 돈 주앙의 친구 돈 카를로스가 눈에 들어온다.

뮤지컬이 끝난 뒤 그 열기가 채 가시기 전에 돈 카를로스 역의 조휘(본명=조성범·체육교육학과 00학번)를 만났다. 공연 때 흘린 땀이 채 식지 않은 데다 분장도 그대로인 그는 여전히 돈 카를로스였다.

돈 카를로스에서 조휘로 돌아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무대에서는 맡은 역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에 동화되려 노력합니다. 돈 주앙에선 배우와 관객들 손을 잡고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 온 거죠. 여행이 끝나면 진이 빠지면서 안도감을 느낍니다. 조휘로 돌아오면서 돈 카를로스로서 부족했던 점을 떠올리며 칭찬이나 반성을 합니다.

그는 오디션에서 돈주앙의 연적 라파엘 역을 지원했다. 마리아에게 버림받은 라파엘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션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연출가 질 마으(Gilles Maheu)는 조휘의 음색이 부드럽고 따뜻하다며 돈 카를로스 역을 맡겼다.

질 마으의 눈은 정확했다. 조휘는 지난 2월 성남아트센터 <돈 주앙> 공연에서 돈 카를로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뮤지컬계의 인정을 받았다. 처음으로 팬클럽이 생겼고, 지난 4월엔 제3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오디션을 찾아다니기 바쁘던 그에게 이제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돈 주앙> 이전에는 무명배우나 마찬가지였다. 조휘는 2002년 <블루사이공>으로 데뷔한 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디션 낙방만 200여 차례. 그는 ‘무명배우’란 사실엔 개의치 않았지만 실력이 부족해 원하는 배역을 얻어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는 2005년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았다. 주로 노래연습을 했는데, 개인레슨을 받을 형편이 안 돼 뮤지컬 음반을 사서 똑같이 부를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다. 그 뒤엔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부르는 훈련을 2년 가까이 계속했다.

2008년 제대 후 무대로 복귀한 그는 ‘조성범’에서 ‘조휘’로 이름을 바꿨다. 연기로 나라를 빛내겠다(輝)는 뜻을 담은 이름이었다. 조휘로 새출발한 그는 <돈 주앙>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조휘는 본교 재학시절에도 배우였다. 체육교육학과 진학이 결정된 뒤 입학식도 하기 전에 극예술연구회(이하 극회)에 가입했다. 그는 동아리방 난로 앞에 앉아 선배들과 이야기하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극회는 제 연기의 근원입니다. 극회 선배들이 가르쳐 준 방법으로 아직까지 공연노트를 쓰고 있어요. 2002년에 데뷔한 뒤로 극회활동에 신경을 쓰지 못해 동기나 선배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2000년에 입학했지만 졸업은 올해 초에 했다. 2002년

사진/한상우 기자

에 데뷔한 뒤 공연을 준비할 때는 학교를 쉬었기 때문에 졸업이 늦어진 것이다. “9년 만에 졸업을 했다니까 동료 배우들은 의대생이냐고 놀리기도 합니다. 연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학교를 그만두지 않은 것은 고려대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곳에서 배운 것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9년을 버틴 원동력은 고려대 특유의 근성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조휘의 취미는 글쓰기와 운동이다. 틈틈이 프레시안에 공연리뷰를 쓰고 있고 본교 아마추어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의 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공연리뷰를 쓰며 체득한 객관적 시각이나, 아이스하키에서 배운 팀원끼리의 융화력을 배우로서의 역량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조휘는 오는 10월 24부터 안중근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에 출연한다. 독립군 조도선 역이다. “초연이니 지금까지 누구도 조도선 역을 한 적이 없잖아요. 제가 조도선이란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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