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홉스의『리바이어던』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애덤 스미스의 『국부론』△헤겔의 『역사속의 이성』△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

제목부터 어렵게 느껴지는 이 책들을 한 학기 안에 읽을 수 있는 교양 수업이 있다. 바로 오인영(문과대학 서양사학과) 교수의 ‘유럽지성사’. 유럽지성사를 듣는 학생들은 유럽 고전 책을 한 학기에 평균 10권 씩 읽는다. 확인을 위해 매주 독서 시험도 치르며 독서 토론식 수업 땐 2개 이상의 질문도 준비해야 한다. 오 교수가 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빡센 수업’이라 불리는 이 강의를 하는 이유는 본교생을 ‘진짜 대학생’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하버드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에선 1과목 당 20권의 책을 읽어요. 그에 비하면 한국은 턱없이 부족하죠. 세계 유수 대학들과 견줘 비젼 있는 대학생이 되려면 이정도의 커리큘럼은 어렵지 않게 느껴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대학생이죠”

오인영 교수는 선생의 역할이 학생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깨몽’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깨몽이란 훈계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에서 깨어나도록 고무하는 것을 말하죠.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왜 원하는 지. 그리고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성찰하게 해야 해요”

유럽지성사가 최고의 교양 강의라는 평을 듣는다고 하자 오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뭔가를 얻었다고 느꼈다면 그건 아마 자기 자신을 성찰한 결과가 아닐까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수업시간이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든 교수는 자주 학생들과 고민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고민이란 교과서에서 나온 객관적인 질문이 아닌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고뇌를 말하는 것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조언할 때마다 자신의 20대를 떠올리며 ‘그때의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한다.

오 교수는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절대’를 숭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진리를 절대화하면 대화나 토론은 사라지고 △지시 △전달 △수용만 남는데 이는 이미 진리가 아닌 교리문답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대학생들은 자신을 상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역사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또한 지식을 아는 데 그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함께 길을 가주는 사람을 따라잡지 못해요. 길을 같이 간다는 건 실제로 함께 하는 것을 말하죠. 즉, 지식은 지식의 단계에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실천할 때야 비로소 의미를 찾는 거죠”

오 교수는 이번 학기에 ‘서양문명사산책’이라는 강의를 열었다. 물을 마시는 법은 가르쳐 주되 떠먹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그는 이번 강의도 유럽지성사처럼 알찬 강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별 생각 없이 시간표를 아름답게 짜려거나 효율적으로 짜려는 1차원적 사고로 수강을 신청했다가는 나중에 성적표에서 ‘초승달이나 반달’을 보기 십상”이라고 경고하는 오 교수는 오늘도 진짜 대학생을 만나러 강단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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