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조커’가 붙어있는 문을 열고 동아리방에 들어서자 ‘철마는 오지 않는다’ 같은 오래된 영화부터 ‘스타워즈’, ‘쉬리’ 등 최근 영화까지 다양한 영화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1983년에 만들어진 영화 감상·제작 동아리 ‘돌빛(회장=최용혁·법과대 법학08)’의 동아리방 풍경이다.

“다들 영화를 좋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매력 아닐까요?” 돌빛 정유경 부회장은 돌빛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돌빛엔 영화 제작을 꿈꾸며 오는 사람이 많다. 혼자나 친구 몇 명과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돌빛엔 제작 스터디와 감상 스터디 소모임이 있다. 방학에 영화를 처음 만드는 부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그런 부원들을 위해 제작 스터디를 진행한다. 제작 스터디에선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스토리보드, 콘티 작성을 연습한다. 감상 스터디는 발제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영화는 발제자가 고른다. 정유경 부회장은 “처음 보는 영화로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본 영화도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어 좋아요. 영화 선택에 제약이 없어 1980년대 프랑스 영화를 고르는 부원부터, 박찬욱 감독 영화를 택하는 부원까지 다양해요”라고 말했다.

돌빛은 보통 15분 정도의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영화는 여름과 겨울방학 워크숍 때 만든다. 정해진 감독이나 배역은 없다. 방학 초 시놉시스 공모에서 선정된 작가가 감독을 맡는다. 다른 부원들은 연출과 촬영 등을 담당한다.

주연급 배우는 외부에서 섭외하고 부원들은 단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 지난 여름 주소현(문과대 국제어문09) 씨 시나리오로 만든 <수신거부>는 극예술연구회(회장=김결·경영대 경영08) 박현지(문과대 심리07) 씨가 여주인공을, 오성욱(문과대 국제어문09) 씨가 남주인공을 맡았다. <수신거부>는 남·여 주인공이 시험 때 부정행위로 오해받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돌빛은 오는 11월에 ‘안암 영화제’를 개최한다. 영화제에선 한 테마를 정해 2~3일 상영회를 열고, 부원들이 각자 리뷰를 작성해 제공할 예정이다. 영화제에선 현직 감독들을 모셔 강연회도 연다. 정유경 부회장은 올해엔 돌빛 출신 신동일(독어독문학과 87학번), 강이관(사회학과 91학번) 감독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학생들 참여가 저조해 올해는 좀 더 구체적으로 테마를 설정하려고 해요. 또 한국사회연구회(회장=정현경·언론학부08)나 교내 밴드들과 함께하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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