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서구인들이 호주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백조가 흰색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믿음체계는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까지 지구상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흰색이 아닌 백조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조가 흰색이라는 '사실'은 깨어지지 않을 절대적인 지식으로 받아들여졌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책 <블랙스완(The Black Swan)>에서 검은 백조의 발견은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천년 동안 수백만 마리가 넘는 흰 백조를 보고 또 보면서 견고히 다져진 정설을 무너뜨린 것은 검은백조 딱 한 마리다. 절대적일 것만 같았던 인간의 지식은 아주 작은 단 하나의 예외에도 무너지게 되는 것일 뿐이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아주 작은 예외 때문에 당연하다고 믿었던 '사실'이 절대적이지 않음이 밝혀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 이후엔 또 다른 지식이 절대적인 것으로 성립되고, 또 무너질 것이다. 한때 정설로 믿어지던 지동설이 천동설에 자리를 내줄 때도 그랬고, 세조 때 사방지라는 남성과 여성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나타나면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관념이 흔들릴 때도 그랬다. 오늘날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절대적이라 믿어왔던 것들이 과거보다 더 쉽게 흔들릴 것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지식은 물론이고 인간사에선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일들이 더 많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으려면 절대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 정립된 지식과 타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기보다는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의심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언제 또다른 '검은 백조'가 나타나 우리의 믿음체계를 뒤흔들어 놓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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