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관 6층은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이다. 수습기자일기를 쓰겠다고 생각했던 날이 월요일이었음을 생각하면 매우 느린 시작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미리 써야지 미리 써야지 하면서 한글2007을 켜고 끄기를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수습기자일기’라는 제목을 쓰고 나면 항상 머리가 멍~해졌다. ‘뭘 쓰지? 난 신문사를 하면서 뭘 느꼈을까?’ 눈알이 빠지도록 생각했지만 뭔가 두루뭉실한 형체만 떠오를 뿐 ‘우와, 이거다’ 할 만한 것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기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라니 문득 과외생에게 미안해졌다.

생각해보니 나는 멍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매사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에도 난 그냥 진심으로 그러려니 했다. 이제 더 이상 내 일이 아니니까…. 하다 못해 사람들은 충격을 받곤 하는 공인들의 자살 이야기에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그 사람만의 힘든 일이 있었겠지, 뭐’ 이 정도의 생각이 다였다. 내가 무관심한 것은 비단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나에게도 무관심하기 그지없다. 나의 젊은 시절 중 어쩌면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차지하게 될 신문사에 지원한 것도 왜 지원했었는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신문사 힘들다던데 한 학기 넘게 하는 걸 보니 뭔가 뜻이 있구나?’ 라고 말할 때면, ‘응? 왜 했더라?’ 하고 생각하며 혼자 찔려 했다.

무관심하다는 것,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고 있다는 것. 정말 인간으로서도 기자로서도 빵 점의 자질이다. 이런 나에게 고대신문은 하나의 세포덩어리가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 준 ‘영혼 제조소’와도 같다. 매사 관심 없는 나에게 관심가질 거리들을 제공해 주고 또 찾아보게 만들고, ‘다른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최소한의 사명감을 위해 멍 때리는 시간을 줄이고, 움직이게 만든다. 정말 인간 개조 프로젝트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이제는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 길에 ‘아, 더 잘 찍을 수 있었는데! 다음엔 좀 더 정면에서,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어야겠다.’라는 기특한 생각마저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신문사에서 영혼을 받다 보면, (보통 신문사에 영혼을 판다고들 하지만…) 언젠가는 혼자서도 오롯이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든다. 그 때에는 내가 받은 것만큼 신문사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제2의 목표를 벌써 세워본다. 갑자기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생각난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이 정도 마인드로 신문사에 임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결론은 열린 결말이다. 그럼 이만 씻으러 가야겠다. 그리고 신문사 가야지~ 신. 난. 다. !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