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9회초(!)부터
야구는 9회초(!)부터
  • 최유리 김명선 기자
  • 승인 2009.10.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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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라인업 평가 - 위장 선발이라니...!
정기전 개막을 기다리며 들떠있던 차에 전광판에 라인업이 켜지고... 윤명준 P...음? 선발투수네... 9월호 기사 “1년을 기다려 온 두 에이스의 맞대결”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신정락(체교 06)이 아니네? 라고 생각하셨을 학우들, 너그럽게 봐주셨으리라 믿는다. 윤명준(체교 08)은, “코치님께서 정기전 선발투수가 될 수도 있다고 미리 말은 해주셨지만 확실히 정해진 건 전날 아침”이라고 했다. 경기 후, “저 때문에 지는지 알고 걱정했지만 이겨서 좋아요. 지금까지 야구 중에서... 제일 좋아요”라던 그의 차분한 말이 생각난다.
위장선발이라던 분들에게 고한다. 윤명준은 광주 동성고 시절, 현재 KIA 타이거즈 뉴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원-투 펀치를 이뤘던 선수다. 올해 9경기에 나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한 훌륭한 투수다.
4할 톱타자 홍재호(체교 06)가 LG 트윈스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무릎을 다친 이유로 정기전 톱타자 자리는 박세혁(체교 08)이 차지했다. 박세혁은 2년 연속 3할 타자답게 1회 초부터 나성범의 143km/h 직구를 2루타로 연결하는 등 만점 활약을 펼쳤다.
외야진에는 LG와의 연습경기에 나와 솔로포를 날린 이철우(체교 08)가 좌익수 겸 9번 타자로 나왔다. 인기남(경기 끝나고 백진우를 외치던 한 무리의 소녀팬들!) 백진우(체교 07)는 포수 김민이 박세혁(이상 체교 08)으로 교체되면서 우익수 자리를 메웠다.

김 작가의 해피엔딩
흔히들, 이기고 있던 야구 경기에서 불 지르는 마무리 투수를 가리켜 작가라고 한다. 그날 마운드에 올랐던 우리학교 투수 중에는 김씨가 없는데...? 야수 중에 한 편의 드라마를 쓴 선수가 있었던 것. 바로 3루수 김남석(체교 07)이다. 2-2로 팽팽한 승부를 하던 5회 말, 연대 첫 타자인 김우석(연세대 07)이 3루수 김남석의 실책으로 출루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발 빠른 김우석은 예상대로 도루를 했지만, 나성범(연세대 08), 이진우(연세대 07)가 각각 삼진,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5회를 무사히 넘기나 싶었다. 하지만 유민상의 우익수 플라이성 타구를 박세혁이 눈으로 받으면서(이름하여 눈세혁!) 2루타가 되었고, 내친 김에 3루까지 달리던 유민상은 제 풀에 넘어지고, 이어진 벤치클리어링... 김우석의 득점은 인정되어 신정락은 자책이 아닌 실점을 하게 된다. 김작가는 싸이 홈피를 통해 “이때까지만 해도 죽을 맛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석이 출루하지 않았다면 삼자범퇴로 끝났을 5회말이 실책으로 인해 동점까지 가게 된 것이다. 김작가는 관중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시나리오를 썼지만, 9회에 동점 3루타를 친 뒤 후속타자 김상호의 역전타로 득점하면서 자신의 첫 작품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아빠가 보고 있는데 왜이러니.
갑자기 그라운드로 우르르 달려나온 고대, 연대 선수들의 모습, 기억하실 것이다. 5회말, 플라이에 그칠 수 있었던 유민상(연세대 08)의 타구가 우전 안타가 되면서 유민상은 3루까지 내달렸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넘어지더니 2루를 지키던 홍재호에게 다가섰고, 분위기가 심상치않음을 느낀 양교 선수들, 벤치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넘어진 유민상이 무려 2살 위인 홍재호에게 “(발) 걸었잖아, 씨X” 이라고 했던 것. 하지만 당시 찍힌 사진을 보면 선수들 간의 심각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남석(체교 07)은 친구인 전준수와 나성용(이상 연세대 07)과 놀았다며, 성용이한테 유민상 똑바로 시키라고 말했단다. 나성용도, 심각한 상황도 아닌데 둘이 싸우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갔기 때문에 전부다 웃고 있었을 거라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안부를 묻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아무리 SBS 중계를 다시 봐도 혼자서 발이 꼬여 넘어진 것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부끄러워서 그랬나? 아빠도 보러왔던데 왜 그랬을까. (유민상의 아버지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다.)
여기서 잠깐! 선수들의 벤치클리어링 때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그리 심한 문제가 아니었던지라. “끝나고 술이나 한 잔 하자”와 같은 편한 말을 주고 받았다는 후문.

합숙훈련은 쓰고 승리는 달다!
평소에 야구부는 송추와 집(지방 출신들은 학교 연수관)을 오가며 훈련을 하지만, 정기전이 다가오면 송추에 머무르면서 합숙훈련을 한다. 이번에도 두 차례, 총 3주 가량을 매일 송추에서 보내며 휴대폰도 반납한 채 훈련에 정진했다. 선수들은 정식 훈련 시간이 끝난 후 야간 배팅연습도 마다하지 않았고 트레이닝장에서도 몸 만들기에 열중이었다. 기자들이 찾아갔던 날은 마침 복날이라, 선수들은 학부모님께서 준비해주신 삼계탕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힘든 훈련으로 지친 몸과 마음은, 정기전 승리로 바로 회복! 선수들은 아직도 그날만 떠올리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단다.

정기전 전날 선수들의 행보는
두 팀 모두 9월 4일부터 열렸던 KBO 총재기 대학야구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전날이었던 9월 10일, 우리학교는 경성대와의 경기에 09학번 위주의 비주전 선수들이 나갔고 주전 선수들은 한강호텔에서 쉬었다고 한다. 반면, 연세대는 인하대전에 투수로는 아니었지만 나성범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나왔다. 경기 전에 만난 나성범은 “고대는 쉬었지만 우린 어제도 경기했다”며, 약한 소리를 했다. 9회에 연속 안타를 맞은 뒤로도 계속 투구하는 나성범이 안쓰럽기까지 했지만, 정작 경기가 끝난 후 인기스타는 나성범이었다. 혼자서 9이닝 동안 160여 개를 던지며 완투하는 모습이 적진마저 감동시킨 것일까. 그의 싸이 홈피 방명록에서는 우리학교 선수들 방명록에서보다 더 많은 고대 학우들을 볼 수 있었다.

MVP 홍재호 - 주인공은 나다
홍재호는 정기전을 앞두고 가졌던 고대신문의 5개부 주장 인터뷰에서, 자신이 9회에 역전타를 치고 이길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를 말했다. 진통제를 맞고 출전한 홍재호는 예상시나리오와 꼭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카리스마 넘치는 주장답게 3회 동점 적시타에 이어 9회 역전의 발판을 놓은 3루타를 작렬시킨 것! KIA 타이거즈 팬들이 특히 열심히 응원했다는데. 내년부터 1군 무대에서 호타준족 2루수 홍재호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루키 김준완(체교 09) - 난 떨리지 않아
준완아가. 야구부 기자들 사이에서 김준완을 부르는 애칭이랄까. 김준완은 참 야무지다. 타석에서도 주눅드는 법 없다. 풀카운트까지 끌고 가는 건 기본! 6회 초, 이철우와 교체되어 타석에 들어선 김준완은 8회초에 새내기 중 유일하게 안타를 쳤다. 연대 유격수 김우석이 몸을 날렸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준완은 런앤히트 작전으로 2루로 뛰었으나 타자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06학번 선배들도 정기전 무대에 서면 너무 긴장해서 그 큰 응원소리는 하나도 안 들린다던데, 역시 루키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큰 대회에 나온 소감을 묻자 재밌었다며, 몸 풀 때 긴장되던 것과는 달리 막상 시합에 들어서자 안 떨렸다고. “벤치에서는 연대응원만 들리던데 나가니까 고대 응원 다 들리던데요.”
하지만 김준완은, 그 야무진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정기전이 끝난 뒤, 월요일 오전에 중도에서 헤매다가 김 모 기자와 마주쳤다는데. 중도에서 사대신관 강의실을 찾던 김준완이었다.

아... 홈런!
3-3으로 팽팽히 맞서던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연세대 나성용은 잠실구장 홈런을 기록했다. 전날, 친구인 김남석에게 “난 안타는 안 친다. 쳤다 하면 홈런인데 뭐”라고 했던 나성용은, 최근 KBO 총재기 대회 때 영남대전에서 2번의 2루타, 홍익대전에서 솔로홈런, 인하대전에서 투런을 날렸던 타격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나성용은 3루를 돌면서, 우리학교 학우들을 향해 자신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나, 나성용이야”라고 하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의 후레시맨 세리모니는, 그때까지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나성용의 홈런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신정락의 4년간 대학 무대에서의 첫 피홈런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보러 온 강상수(체교 90) LG 스카우터는 “잘 치는 나성용에게 그 코스를 던진 것은 실투이며 첫 피홈런인 것은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락 본인도 실투임을 인정했다. 1S-2B 상황에서 직구를 헛스윙하는 것을 보고 5구째도 직구를 던졌지만 홈런이 되었다. 16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며 9이닝 완투한 나성범에게는 그저 “괴물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4.2이닝 동안 2실점(1자책), 8K로 팀의 승리에 공헌을 한 신정락은 7회 2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손가락 물집 탓에 내려왔고 임치영이 나성용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16년 동안 희생타를 연마한 달인, 홈런(?!) 김영훈 씨 모시겠습니다.
정기전 첫 선발로 출전한 김영훈. 게다가 포지션은 야수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유격수였다. 그는 5타석에서 4번의 번트를 기록한 번트의 달인.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연세대를 분석한 결과 내야진이 번트 수비에 약하다는 판단 하에 충실히 번트를 연습했단다. 양승호 감독님도 자유롭게 도루하는 그린라이트(Green Right)... 를 부여하는 대신, 자유롭게 번트를 댈 수 있도록 허락했다. 실제로 1번만 번트 싸인이 났었고 나머지는 스스로 결정했다고. 일단 유격수의 덕목인 깔끔한 수비에 최대한 집중을 하며 타석에서 방망이로 어떻게 나성범을 힘들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한 결과 번트를 계속 시도했단다. 그는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우리 팀 첫 타점을 기록했고, 6회에 시도한 기습번트는 내야안타가 되었다. 이 선수가 번트만 잘하냐고? 정기전 직전, KBO 총재기 대회에서 안타를 몰아치며 시즌 타율 3할대 진입에 성공한 선수다.

FM도 슈퍼스타답게 - 김상호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신이 타고난 야구선수라는 것을 깨달았던 김상호는, 본인이 뛰었던 모든 경기가 판타스틱했다는 김상호는, 우리의 슈퍼스타 김상호는... 9회에 역전 결승타를 치며 자타공인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다음날, 고연전이 끝난 뒤 가졌던 SPORTS KU 뒷풀이에 온 그는, 호프집 춘자를 가득채운 학우들 속에서 슈퍼스타답게 웨이브를 동반한 FM을 선보였다.

홍재호 미니인터뷰
고연전 전의 인터뷰 ("9회초에 역전 안타를 치고 싶다")와는 약간 달랐지만, 역전의 발판이 된 3루타를 쳤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고파스, SnowleoparD)
홍) 경기 내내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역전타는 아니었지만 선두타자로 3루타를 치고 동점을 이루는 득점을 해서 좋았습니다.

MLB와도 접촉이 있던 연대 선발 나성범의 공은 어땠는지. 좌완이지만 고려대 에이스 우완 사이드암 신정락과 비교 해본다면. (고파스, kebee)
홍) 나성범은 정말 볼이 좋은 투수입니다. 나성범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많이 준비를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 다 빠른 볼이 장점인 투수입니다.

내년부터 프로야구선수로 활동하게 될 텐데,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에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고파스, kebee)
홍) SK 와이번스의 정근우 선배님입니다. 이번에 지명 받았을 때도 코치님에게로 전화가 와서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와 승부욕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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