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편을 잡은 지 4년 가까이 됐는데도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떨립니다. 강의실 문을 열기 전에 어떤 학생들이 어떤 자세로 수업에 임할지 기대가 되거든요”

(사진 = 강승리 기자)
본교에서 교양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찬수(BK21 중일언어문화교육단) 교수는 학생들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중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에겐 성조부터 차례차례 가르치고, 중국인 학생에겐 윤동주의 서시를 한시로 번역하게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보다 인간성과 도덕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돈을 잘 버는 건 아니잖아요. 돈을 번 다음 어떻게 해야 모두가 인간답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학자들의 역할입니다. 중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어 발음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누구보다 인간적 면모를 갖출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강 교수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 학생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다. “교수는 늘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학생들에게 도덕을 강조해도,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요. 아침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걸어갈 때도 바로 걷고, 항상 공부에 정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의 선친은 국문학 교수로, 명성 있는 학자는 아니었지만 돌아가기 직전까지 공부를 할 정도로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분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 모습을 보며 훗날 교단에 서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지금도 선친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시큰합니다. 학자의 길이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강 교수는 현재 본교 BK21 중일언어문화교육단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전공은 고전문헌학으로 중문과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전공은 아니다. 본교 전 BK21 사업단장이었던 최용철(문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관련 분야를 본교에 소개하고 싶어해 지난해 연구교수로 초청받았다. 중국어문학과 관련된 교육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게 그가 하고 있는 일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본교에 소장된 장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본교는 건물도 아름답지만 그 안에 있는 내용물도 훌륭합니다. 예술품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값진 책이 고려대 도서관에 무수히 많은데 읽어보려는 학생들은 별로 없지요. 얼마 전 시립미술관에서 르누와르 미술전이 열렸을 땐 입장료가 1만원이 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것과 대비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무작정 유학을 떠나지 말고 늘 가까이에서 보물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일촌광음(一寸光陰)과 임심리박(臨深履薄) 여덟 글자를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 “일촌광음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로, 잠시라도 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마란 뜻입니다. 그리고 임심리박은 매사를 깊은 곳에 임하듯 하며 얇은 얼음을 밟듯이 주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여덟 글자는 그가 중국 유학 시절 선친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편지에 남긴 말씀이기도 하다.

“혹자는 대학 다니는 동안 뭐든지 닥치는 대로 경험하라고 말하는데, 전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경험만 골라 해도 시간이 부족해요. 4년이란 짧은 시간을 값지고 신중하게 활용해 학생들이 올바른 영양분만 섭취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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