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10월) 더타임스-QS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본교가 211위, 연세대는 151위로 나타났다. 본교는 세계대학 200위권에도 벗어나고 있다. 평가과정에서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얼마나 높은가의 문제는 있겠으나 조사기관에서는 평가기준으로 졸업생, 교육여건, 국제화와 함께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가장 중요시하여 60%로 잡고 있어 신뢰수준이 높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연세대가 지난해의 203위에서 52단계나 뛰어올라 100위권에 진입한데 비하여 본교는 25단계의 상승으로 20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사를 보고 본교의 졸업생들이나 교수들 그리고 학생들이 그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를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해야만 될 시점이라고 본다.

그동안 본교는 지난 몇 년 사이에 하드웨어적인 교육환경 면에서는 연세대에 못지않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 보지만 소프트웨어적인 교육내용면에서 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이것은 중앙일보의 올해 대학평가에서 종합적으로 연세대를 앞섰다고 하지만 교수업적에서는 뒤지고 있어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전통적으로 연세대는 서구적인 이성의 분위기라면 고려대는 동양적인 감성에 가까운 편이었다. 물론 원만한 인격체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학문의 세계에서는 감성보다는 이성이 선차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본교생들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도서관의 책 속에 파묻혀 4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는 새로운 교풍을 만들도록 해야만 할 것이며 동시에 교수들의 연구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사실 교수들 중에는 일요일에도 연구실 나와 연구에 몰두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실적을 내 놓고 있는 교수도 있지만 연구보단 학문 외적인 활동으로 시간과 열정을 소모하는 교수도 많다. 교수가 공부 안하면 학생들도 공부 안하고, 학생들이 공부 안하면 교수들도 공부 안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해 강의시간 교수가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많이 해야만 하며, 교수들도 공부 안하는 학생들은 가차 없이 낙제시키는 학교풍토를 조성해야만 될 것이다.

한편, 교수업적평가 방법에 있어서도 현재와 같이 논문의 의무편수와 같은 양 보다는 질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바꿔야만 한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와 관계없이 세계적인 우수논문이나 저서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수량이 아니라 몇 년의 각고 끝에 성취한 한편의 논문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노벨상도 그렇게 탄생되고 있다니 이제는 우리도 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본교가 언제나 연세대의 뒤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앞으론 모든 학교재정과 행정력을 학교시설의 최신화에 우선할 것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의 학문연구에 집중적인 투입을 해야만 한다. 일정학점 이상의 우수학생에겐 학비전액 면제하며 연구실적 우수교수에게는 획기적인 연구비 지원을 보장해 학교의 연구실적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동규(교육학과 6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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