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말라는 데도 누구나 폐지소유권을 떠올리게 된다. 명사 폐지소유권이 동사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프레임은 특정 단어가 사용될 때 듣는 이, 사용하는 이 모두에게 각인되는 가치 체계다. 따라서 사용하는 이가 그 단어를 비판하더라도 그 단어를 사용하기만 하면 프레임은 강화된다. 코끼리를 착하다고 하든, 나쁘다고 하든 코끼리가 갖는 프레임은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폐지소유권도 마찬가지다. '폐지소유권을 보장하라'.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모아 팔며 부수입을 얻던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최근 이를 막으려는 용역업체에 항의하면서 외치는 구호다.

'폐지소유권'이란 명사는 '폐지를 팔 수 있게 해 달라'는 동사구보다 훨씬 강력하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이 폐지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대응해선 안 된다. 폐지소유권에 대응할 다른 단어를 제시해 새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임 전쟁이 제3자에겐 그리 달갑지 않다. 프레임의 본질은 현혹이기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명사에 현혹되면 정작 중요한 동사를 놓치게 된다.

총학생회 선거철이 다가왔다. 운동권이냐 아니냐, 좌파냐 우파냐, NL이냐 PD냐. 구식 용어와 프레임이 캠퍼스를 달굴 것이다. 단어에 사로잡혀 구체적 공약과 후보의 자질을 못 본다면 얼마 못가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

"당신은 철 지난 운동권이 아닌가?"란 질문에 "제 공약은 이렇습니다. 저 후보의 공약과 이런 점이 다릅니다"라고 대응하는 후보를 보고 싶다. "철학도 없는 우파 후보가 어떻게 대학사회를 이끌겠나"는 비판에 "일단 후보들의 학생복지 공약을 비교해보자"로 반응하는 유권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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