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영어강의(이하 영강)에 대한 본교생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본교생 51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08년 2학기 재학생 통계에 따라 단과대별 설문인원을 배분했으며 표집오차는 ±4%다.

고려대 영강 현주소

본교 영강 비율은 2007년 22%에서 2008년 25%, 올해 28%로 매해 늘어났다. 영강 수강은 졸업필수요건으로 대부분의 학부에선 졸업 전까지 5과목 이상의 영강을 이수해야 한다. 경영대는 전공 7과목을 포함해 영강 10과목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2003년부턴 원어강의가 가능한 교수만 신입교원으로 선발하고, 임용 후 3년간 원어강의 강제규정을 두고 있다.

고대생 영강 현주소

설문 결과 본교생 4명 중 3명(74%)이 이번 학기 영강을 1개 이상 듣고 있다. 영강을 듣는 이유로 응답자 47%가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라고 답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영강으로만 개설돼 있어’란 응답자는 23%, ‘절대평가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기에’란 응답자가 14%였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강을 듣는다고 대답한 학생은 9%였다.

설문 결과 본교생 4명 중 3명(74%)이 이번 학기 영강을 1개 이상 듣고 있다. 영강을 듣는 이유로 응답자 47%가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라고 답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영강으로만 개설돼 있어’란 응답자는 23%, ‘절대평가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기에’란 응답자가 14%였다.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영강을 듣는다고 대답한 학생은 9%였다.

‘영강 수강 후, 영어 실력이 향상됐느냐’는 질문엔 50.3%의 학생이 실력이 거의 향상되지 않았거나 전혀 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실력이 향상됐다’는 응답자는 24%였다.

한편 모든 영강은 100%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과는 달리, 강의 전체를 영어로 진행하는 비율은 낮았다. 응답자 12%만이 강의 전체가 영어로 진행된다고 대답했다. 본교 강사 김 모 씨는 “수강생 중 영어이해도가 낮은 학생이 있어 강의 중간에 우리말로 정리해준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영강의 교과내용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공 과목 영강의 내용 전달력을 묻는 질문에 57%가 비효율적이라 답했다. 교양 과목 영강은 50.5%가 비효율적이라고 답했다. 최승규(문과대 사회08) 씨는 “강사가 2~3번씩 설명을 반복하게 돼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부의 한 교수는 “수업시간에 영어로 개념을 설명하는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한국어 용어가 있어 나중에 다시 알려주느라 번거로운 때가 있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영강 의무화인가

영강 의무화에 대해 과반수인 본교생 57%가 공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도주경(문과대 한국사09) 씨는 “희망하는 진로가 영어와 상관이 없어 굳이 영강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원하는 학생만 영강을 듣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학과에선 현재 외국인 전임교수가 전공선택수업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쟁점’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지만, 전공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수강생 대다수는 한국사학과 전공생이 아니라 외국인 학생이다. 한국사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 씨는 “우리나라 역사를 가르치는 강의를 영강으로 개설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영강이 꼭 필요한 학과가 아니라면 굳이 전공과목을 영강으로 개설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영강에 대한 학생과 학교의 의견 차는 크다. 지난 9월, 정경대학생회(회장=김지원?정경대 정외06)가 영강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졸업요구조건을 폐지하고, 교수 재량으로 영강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정경대학생회의 요구에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영강의 질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교수학습개발원(원장=한두봉·생명과학대학 식품자원경제학과)은 영강의 질을 위해 △전공학습도우미 △위풍당당 커뮤니케이션 △EMC 기술 튜터링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들은 학생들이 제기하는 영강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 전공학습도우미와 위풍당당 커뮤니케이션은 영강과 직접 관계가 없다. EMC 기술  튜터링 코스는 지원자에 비해 모집정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안은 없나

이번 설문 참여자는 영강 대안으로 △불필요한 전공 영강을 폐지하고 필요한 과목만 개설(46.9%) △같은 내용의 강의를 영강과 일반강의로 동시에 개설(22.7%) △영강 교수법 세미나 활성화(16.1%) △신입생 기초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안(11.1%)을 제시했다.

황인준(이과대 수학07) 씨는 “학문에 대한 배려 없이 모든 학과에 천편일률적으로 ‘영강 확대 및 의무화’ 정책을 적용하니 문제”라며 “실효성 없는 영강은 과감히 폐지하고, 필요한 과목만 개설해 질을 높이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간호학과의 한 교수는 “영강이 효율적인 과목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과목도 있다”며 “어학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과목 특성에 대한 배려가 더 먼저다”고 말했다.

경영학과는 우리말과 영어로 같은 과목을 동시에 개설한다. 이는 경영학 수강 희망자가 많기 떄문에 가능하다 학적수업지원팀은 “한 강의를 두 가지 언어로 개설하려면 수업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학이 국제화 부문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인 발전에 초점을 두고 내실 있게 영강을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본교 학문소통연구회가 개최한 영강 실태 점검 워크숍에서 전(前) 교무처장 전성기(문과대 불어불문) 교수는 “현재 영강은 교수와 학습자 모두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학교 정책상 영강이 불가피하다면 교수가 영강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의 기초 어학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학교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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