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있을까?”
내 이름은 하난데, 부르긴 여러 가지다. 고대신문 수습기자, 안암총학 담당기자, 재개발 담당기자, 학생처 담당기자···. 날 부르는 여러 방법이다. 하지만 난 나를 ‘갈등 담당기자’로 부르고 싶다. 갈등의 현장에는 (웬만하면) 내가 있어왔다. △총학생회칙 개정 △정문 앞 재개발 △폐지 전쟁···. 매번 갈등의 중심을 살피려 기웃거렸다.

먼저, 총학생회칙 개정 땐 서로가 서로를 두고 “당신 때문”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회칙개정특별위원회는 특별기구에 “당신들,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절차를 지켜서 점잖게 했으면 됐을 거 아냐”라며 책임을 물었고 안암총학엔 “노력도 별로 안 했고, 기권은 왜 해, 기권은…”이라고 한 마디 했다. 반면 특별기구는 회칙개정특위에 “당신들이 절차는 말해 줬나? 게다가, 개정안 만들 때 우리 얘기 듣기는 했어?”라고 따졌다. (물론 이들 모두 이런 말을 직접 한 건 아니다) 모두 맞는 말이고 모두 책임이 있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난 이런 저런 갈등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엔 담당 취재처인 ‘정문 앞 재개발’이다. 여긴 돈이 걸린 만큼 당사자 간 갈등이 극명하다. 찬성 측에서 X라는 사실을 알아내 반대 측에 확인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학교 측에 확인하면 둘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럼 여기서 어떤 걸 믿어야 하나. 그래도 내 색깔(-15,9) 때문인지 여기서도 내 갈등이 절정에 이르진 못했다.

드디어 절정이다. ‘폐지 전쟁’! 미화노동자와 폐기물 처리업체, 학교가 얽힌 문제다. 솔직히 내 19년(아직 새내기다) 인생 최악의 문제다. 우선 당사자가 너무 많다. 미화노동자, 용역업체 세 군데에 학교까지 얽혀있다. 게다가 보는 관점에 따라 불쌍한 사람도 달라진다. 눈으로 보면 미화노동자가 불쌍하고 숫자로 보면 폐기물 처리 업체가 불쌍하다. 사실, 이상적인 결론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지만··· 그런 해결책은 단지 이상에 그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우선, 노동자들은 “돈도 3만5000원밖에 안 주면서 폐지까지 달라면 우린 뭐 먹고 살라는 거냐”며 소리친다. 하지만 학교는 “우린 손댈 수 없다. 게다가 폐기물 처리 업체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약자가 아닌가”라며 항변한다. 뭐, 정문 앞 재개발엔 손댈 수 있어서 손대나.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왜 (겨우) 이게 절정인가 싶겠지만, 난 이 문제를 취재하며 ‘실존적 갈등’ 비스무리한 것을 경험했다. ‘약자가 항상 옳은 건 아니다’느니 ‘그래도 약자가 옳을 때가 많다’느니 비슷한 말들을 떠올리며 누구 말이 맞는지 고민했다. 학교는 왜 약자 운운한 거야.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당연히 이런 의문을 갖게 됐다.


“누구 말이 진짠가, 누굴 믿어야 하는가”



그리고 수습기자로 재직하며 조금이나마 그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답은 양쪽 말이 모두 옳다는 거다. 다만 ‘양쪽 ’이 옳은 것이지 그들이 옳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말은 단지 그들의 주장으로서 옳다. 그렇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거다.


“진실은 저 너머에라도 있을까?”


그렇다면 진실은 누가 안다는 말인가.
PS. 누군가 여기에 댓글을 달겠지. “허세일기”라고
사안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물론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가 없어도 대부분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갈등의 균열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게 바로 기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난 참 무능한 기자다. 퍼즐을 맞추긴 커녕 퍼즐 조각도 찾지 못했다. 매번 취재원에게 (말발에서) 밀리고, 기사 마감 시간에 쫓기다 보면 갈등의 주변만 맴돌았지 그 속은 들여다볼 수 없었다. 조금은 타협할 때도 있었다. 너무 복잡해서, 너무 머리 아파서 그냥 양쪽 주장을 나열하거나 한쪽 말을 대변하거나…. 사실, 그럴 때가 ‘있었다’기 보단 ‘대부분 그랬다’고 생각한다. 내가 새로 알아내거나 새로운 관점을 찾아낸 적은 없으니까. 다만,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도 그 ‘양쪽 주장’과 다르지 않다. 타당한 근거를 찾고 그런 주장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나 혼자선 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능력 있는 기자라면 해야만 한다.

이제 안암총학 선거가 다가왔다. 이제 서로 자기가 옳다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여기서 내가 단지 ‘누가 -라 말했다’가 아니라 ‘누가 -라 말했는데 타당한 말이다/아니다’까지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타당한 근거를 찾고 그 주장을 하는 사람을 찾으려면 더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난 고대신문 최창순 수습기자니까 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오늘도 난 전화통을 힘껏 붙잡는다.

PS. 누군가 여기에 댓글을 달겠지. “허세일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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