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보려던 영화는 오전에 두 번, 심야로 한 번만 상영돼 시간이 맞지 않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그 영화의 주연배우가 눈물을 흘리는 기자회견 사진을 보았다. 헐리웃 대작이 개봉하면서 극장 측에 ‘교차상영’을 통보받고 이에 항의한다고 했다. 이 일이 있기 전 또다른 영화는 교차상영에 반대한다며 스스로 필름을 회수했다.

한 영화관에서 한 개의 영화를 상영하던 과거와 달리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가 보편화되면서 관객들의 선택권은 넓어졌다. 그러나 7개의 상영관을 가졌거나 15개의 상영관을 가졌거나 상영되는 영화의 개수는 별 차이가 없다. 한 영화가 여러 관에서 상영되기도 하고, 한 관에서 여러 영화가 번갈아가며 상영되기도 한다.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측은 자신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입장이다. 객석이 매진되는 영화를 한 관에서만 상영하고, 객석이 텅텅 비는 영화를 매 회 상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차상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배우는 저예산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교차상영이 꺾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던 이 영화는 교차상영 이후 7위로 하락했다. 그러나 극장 측은 교차상영이 오히려 소규모 영화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교차상영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인기가 없어서 교차상영하는 것인지, 교차상영 때문에 관객수가 줄어드는 것인지. 어느 것이 먼저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교차상영 논란을 보면서 학부제에서 존재하는 인기 학과와 비인기 학과의 문제가 떠올랐다. 학부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은 넓어졌다. 그러나 계속 지원자수가 늘어나는 학과와 간신히 최소 인원을 유지하는 학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극장 측의 논리라면 비인기 학과는 폐지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는 것일까. 대학은 극장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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