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은 흔적을 통해 선대의 역사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아는 왕릉과 토성 같은 유적도 육상고고학을 통해 그 형태가 드러나곤 한다. 수중고고학은 육상이 아닌 바다 속 유물·유적을 연구한다.

수중고고학의 의의
수중문화재의 종류엔 지질이나 기후변동으로 물에 잠긴 육상의 흔적과 항해 중 침몰한 난파선이 있다.

해체한 난파선 편재를 바다속에서 건져올리고 있다.(사진제공=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우리나라엔 육상의 유적이 침수한 것은 거의 없지만 지중해 연안의 터키와 이집트 등에선 수중 유적이 종종 발견된다. 난파선은 보물선인 동시에 타임캡슐이다. 선박 한 척에서 적게는 1천여 점, 많게는 2만여 점까지 도자기 및 여러 유물이 발견된다. 이는 당시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난파선은 뻘 속에 진공상태로 묻혀 침몰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육상의 유적이 오랫동안 퇴적된 뒤 발견돼 시간의 경과를 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는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신안선을 발굴한 것이다.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들이 6점의 도자기를 건져 올려 신고했고, 수중 유물에 관한 전문기관이 존재하지 않던 당시 이곳으로 도굴꾼이 몰려들었다. 그 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해군의 협조로 조사단을 파견해 발굴작업을 시작해 2만 7천여점의 도자기와 299종의 중국 동전 28톤 등을 발견했다.

신안선 발견 이후 본격적으로 수중고고학 연구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고선박은 △완도선 △목포 달리도선 △군산 십이동파선 △태안선 등 8척이다. 올해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선 △선박 1척 △1400여점의 도자기 △볍씨·메밀·조 같은 곡물 △젓갈류 등을 인양했다. 특히 여기선 선박의 △선적 △출항일자 △출항지 및 발신자 △도착지 및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을 기록한 화물표인 목간과 죽간 64점도 수습했다. 고려시대 죽간의 발굴은 국내 고고학 사상 최초의 성과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목간과 죽간을 통해 침몰연대가 1207~1208년인 것을 확인했다”며 “배에서 발견된 곡식은 고려시대 조운(漕運)제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고 당시의 먹거리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조운제도에 대한 내용은 문헌으로만 파악이 가능했으나 이번 발굴로 실물자료를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보존처리부터 복원까지

수중발굴을 통해 발견한 유물은 수 백년동안 물속에 잠겨있었던 탓에 적절한 처리를 거쳐야만 원형대로 보존할 수 있다.

수중에 장기간 매장됐던 목재는 섬유질이 분해돼 그 사이를 수분이 대신 메운다. 이 수분이 증발하면 수축과 균열이 발생하고 목재유물의 원형이 파손되고 변형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나무를 단단하게 만드는 보존용액을 침투시켜 원래 상태로 복원시킨다. 먼저 유물상태 조사·분석을 거친 뒤 목재 가해 미생물 생성을 억제하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과 탈염을 한다. 그 후엔 용액을 집어넣는 경화처리를 한다. 경화처리 방법엔 목재 내 수분을 합성 또는 천연수지로 바꿔주는 수지함침법, 목재에 함유된 수분을 동결한 후 고진공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승화시켜 제거하는 동결건조법 등이 있다.

도자기는 깨지지 않은 경우 보존처리가 비교적 간단해 △탈염 △이물질 제거 △산·중화 처리 △세척 및 건조 과정을 거친다.

수중발굴 작업중 발견한 도자기 더미.

금속유물은 대부분 발견 당시 표면이 흙·이물질과 부식층으로 두껍게 덮여 있다. 따라서 보존처리를 하기 전 X선 촬영을 하고 부식층을 분석해 정확한 유물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 후엔 물리적 힘을 가하거나 약품을 사용해 이물질과 악성 녹을 제거하고 △탈염 △건조 △경화처리를 한다. 금속유물은 전시·보관 중에도 부식을 막기 위해 보호피막을 입힌다.

선박을 복원하는 것은 목재유물 복원방법과 비슷하다. 선박은 바다 속에서 해체돼 긴 나무조각 상태로 건져 올려진다. 각 목재편은 목재유물 보존처리방법을 거쳐 복원되는데 하나의 선박을 복원하는데 10년 이상이 걸린다. 각 과정마다 탈염처리 1~2년, 경화처리 5년, 건조 1년, 복원 1~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실물복원이 완료된 선박은 1976년 발견된 신안선과 1983년 발견된 완도선으로 목포에 위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전시돼 있다.

수중고고학을 위한 첨단장비

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탐사와 발굴에 필요한 각종 첨단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측면주사음파탐지기는 넓은 범위의 해저면을 수평 촬영해 1차원 평면으로 나타내준다. 해저면의 재질별로 음파의 반사강도가 달라서 서로를 구분할 수 있다. 해저에 다른 물체가 보일 경우 잠수부가 들어가 확인한다. 다중빔 음파탐지기는 해저지형의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원격조정 무인탐사기(ROV)는 수중작업이나 촬영을 위해 선상과 육상에서 원격 조작하는 장비다. 이 기기로 잠수부가 입수하지 못하는 심해를 조사한다. 잠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수중촬영장비다. 잠수부는 조명등과 CCTV가 부착된  풀 페이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수부가 착용한 풀 페이스 마스크(Full Face MASK)도 중요하다. 이 마스크엔 다른 수중요원과 대화가 가능한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려있다. 조명등과 CCTV도 부착돼 자신의 발굴작업을 바로 촬영할 수 있다.

수중촬영을 위한 장비도 중요하다. 수중촬영 장비는 일반적인 캠코더와 카메라에 하우징(Housing)을 씌워 사용한다. 하우징은 수중 사용이 가능한 방수케이스로 카메라에 씌운 후 외부에서 조작하게 돼 있다. 수중촬영 전문가인 함순호 촬영감독은 “하우징은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도록 고안됐다”며 “카메라마다 정해진 하우징이 다르며 하우징이 카메라보다 수십 배 비싸다”고 말했다.

수중고고학의 어려움

수중고고학의 조사 방법은 육상고고학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수중이라는 환경적 제약이 가미된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신안선도 1976년부터 7년간 10차례밖에 조사하지 못했다. 해류의 움직임이나 수온과 기후조건 때문에 잠수부의 작업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굴기간동안 잠수부는 하루 2차례 2~3명씩 만조와 간조가 멈춘 1시간 여 동안만 작업할 수 있다. 10m마다 1기압씩 늘어나 피부로 느껴지는 압력의 하중도 무시할 수 없다. 유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바닥을 밟지 않고 몸을 띄운 채 작업해야 하는 일도 어렵다.

겨울엔 바다의 수온이 낮고 날씨도 평소보다 나빠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바다 속에서 가시거리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양순석 학예연구사는 “작은 움직임에도 해저의 뻘이 일어나면서 시야가 탁해져 가시거리가 겨우 50cm정도”라며 “겨울에 강한 바람이 불 땐 손목에 찬 수중시계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붓이나 에어리프트로 뻘을 제거하면서 유물을 파낸다.
뻘이 매우 단단해 묻혀있는 유물을 인양하는 작업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에어 리프트(Air Lift)나 진공펌프 같은 장비를 이용해 공기를 강하게 쏘아 뻘의 흙을 파헤쳐 유물을 빼낸다. 그 과정에서유물의 손상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할 만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양순석 학예연구사는 “인력 부족으로 한 사람이 수중발굴부터 보존, 장비운영까지 겸임하고 있다”며 “수중고고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연구소로 작업을 배우러 오긴 하지만 워낙 힘들어 중도포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성낙준 소장은 “매년 조사비용을 늘리고 보존처리시설도 보강해가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운영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대학에서도 수중고고학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