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빛은 강렬했다. 부드러운 이미지란 세간의 평가와는 분명 달랐다. 서울시 정책 하나하나를 소개할 때마다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강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외유내강의 서울시장을 지난달 20일 서울시청에서 만났다. 그는 모교인 고려대 앞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보였으며, 용산참사와 차기 대권도전에 대한 서울시장으로서의 입장도 밝혔다. 다음은 본지 편집국장이 2010년 서울시정을 준비하는 오 시장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고대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세훈 시장은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정계에 입문한 계기는 1994년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TV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다. 세상에 얼굴을 알린 그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의원직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제33대 서울시장으로 선출됐다.

국회의원으로 느낀 한계는

저는 조용한 행정 혹은 정치가 선(善)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치이치 무위지치’, 일하지 않는 것처럼 일하고 다스리지 않는 것처럼 다스리라는 뜻의 제 좌우명과도 일맥상통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시끄러운 것을 싫어했는데 개인적인 성향도 좌우명에 반영된거죠.

갈등이 요란하게 드러나는 정치는 민심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해요. 네거티브 전략에 대한 회의였죠. 실제로 정치나 행정을 하다보면 네거티브 전략으로 당장의 주목을 끌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론 사람들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없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용히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겉멋내기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서울시가 디자인, 문화를 강조하다 보니 오해를 해요. 얼마 전 한 고대생이 ‘왜 겉으로 드러나는 사업에만 돈을 들이냐, 서민들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서민을 위해 서울형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자립과 자활의 의지를 북돋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 돈을 더 벌 기회를 포기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죠.

희망플러스통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희망플러스 통장을 만들어 다달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서울시와 자선단체가 돈을 합해 저축액만큼을 추가로 적립해줍니다. 본인이 750만원을 저금하면 만기에 찾을 때는 두 배인 1500만원을 받아갈 수 있어요. 이런 통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요.

서울시의 ‘희망의 인문학 코스’는 무엇인가

처음 시장으로 취임했을 때 3000명에 이르는 노숙자를 보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에 노숙자 쉼터는 충분하지만 제약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때 미국의 르포작가 얼 쇼리스(Earl Shorris)의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을 읽게 됐어요. 젊은 나이에 살인죄를 짓고 복역 중인 무기수를 인터뷰한 내용의 책입니다. ‘왜 당신 삶이 이렇게 된 것 같냐’고 물으니 그 무기수는 ‘있는 것들이 누리는 삶, 미술과, 음악회, 강연회 같은 걸 접할 기회가 내게도 있었다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희망은 인문학 교육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로 노숙자 300명을 모아 인문학 강의를 제공했어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죠. 코스를 마친 노숙자들은 ‘자신이 이 코스를 완주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대견스러워 했어요. 올해는 인원수를 1500명으로 늘리고 대학 4곳에 위탁해 그들 수준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을 위한 서울시의 계획은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진 않지만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서울시는 올해 1000명에게 창업 지원을 했어요. 심사를 거쳐 아이템이 좋고 장래성이 있으면 공간과 사업자금을 제공해주는 겁니다. 1000명에게 사무집기 까지 갖춰진 사무실 하나씩을 마련해주고 월 70~100만원씩 사업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창업을 준비하면 경기가 풀릴 때 성공한 사람이 나올 겁니다. 1000명 중 50명이라도 나오면 이 정책을 더욱 장려할 겁니다. 이런 정책의 효과가 모아지면 새로운 사회구조도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20대 청년을 위한 저서 <시프트>를 출간했다. 어떤 내용인가

주가가 최고일 땐 주식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치는 자명합니다. 지금은 저평가돼 있지만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찾아서 투자하는 게 좋죠. 그렇다면 직장을 선택하는데 현재 가장 잘나가는 직장, 남들도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을 택한다면 과연 그것이 효율적인 결정일까요? 저 같으면 차라리 지금은 저평가돼 있지만 장래성 있는 중소기업을 대학 4년 동안 공들여 찾아보겠어요. <시프트>는 이처럼 기존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프레임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고려대 정문 앞 재개발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생 주거권이 관련돼 있어 갈등이 첨예한데
중앙대 인근에 처음으로 선보인 ‘에듀하우스’(대학교 밖에 건립하는 학생 전용 기숙사)가 정문 앞 재개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대학가 주변을 다른 곳과 똑같이 재개발하면 학생의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겠죠. 서울시는 대학가 재개발 과정에서 학생 기숙사 기능을 대신할 만한 원룸형 아파트를 일정 비율 포함하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에요. 제기동 지역 재개발에도 이런 시스템이 적용하도록 할 겁니다. 더불어 서울시가 학교와 재개발 조합 측이 합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에 대한 입장은

그동안 재개발은 세입자 희생을 바탕으로 지주 및 시공사, 시행사가 수익을 나눠가는 구조로 운영돼 왔습니다. 구조적 개선을 위해 지난 7월 초 ‘공공관리자 제도’를 마련했어요. 앞으로는 공공기관이 주도해 도시주거환경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시공자·설계자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재개발 시스템을 개편하려는 거죠.

용산참사 사태해결을 위해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해를 구하는 사안이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황을 일일이 알리지 않는 이유는 협상에 지장을 초래하고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시가 사태해결을 위한 당사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해 볼 생각은

현재로선 서울시를 매력 있게 만드는 데 몰입하고 있습니다. 다른 행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취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이미 서울시장 연임을 희망했어요. 주위에선 정치공학적으로 너무 일찍 입장을 밝혀 오히려 손해가 됐다고 해요. 하지만 인구 1000만명이 되는 거대 도시 서울을 제가 갖고 있는 비전대로 이끌려면 4년은 너무 짧아요.

 

청년 오세훈의 사랑과 야망
그는 중동중, 대일고를 거쳐 1979년 본교 법대에 입학했다.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오 시장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만 않았다. 대학생 때는 한 해라도 빨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공부했단다.

어머니의 재봉틀이 오 시장을 키웠다고 들었다

그땐 대부분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죠. 아버지가 건설회사에 근무했는데 부실한 기업이었어요. 건설 물량을 확보 못 하면 월급이 몇 달씩 안 나왔어요. 게다가 아버지는 건강도 안 좋아 더 어려웠습니다.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봉제일을 시작했죠. 집에서 배갯잇을 만들어 내다 팔기 시작해 재봉틀이 2대, 3대로 늘어나 나중엔 남대문에 가게까지 냈어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 가게를 운영하셨어요.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우리 집사람과 대학 때 눈총 받는 커플이었죠. 지금은 여학생 수가 많이 늘어나 캠퍼스 커플도 많아졌겠지만, 그 시절엔 여학생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귀했어요. 학교 안에서 커플이 다니면 좋게 봐주지 않아 일부러 떨어져 다니기도 했어요.

고시 공부도 도서관에서 같이 했어요. 주로 제가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았죠. 집사람이 급하지가 않아요. 자주 다퉜어요. 안 그래도 커플이라 미움 받는데 자리 맡느라 더 눈치봐야 하잖아요.

고대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흘러가는 대로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과 주도적·창의적으로 인생을 디자인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한 학생은 10년 뒤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미래를 바라보며 풍부한 상상력과 도전적인 사고로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길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유익한 삶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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