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란 코너가 인기다. 취객으로 등장하는 개그맨 박성광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외치며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지난달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었다. 지난 8월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5년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면에 대해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선 이건희 전 회장이 IOC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의 청원을 수용한 국익 차원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번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다. 용산참사와 쌍용차 파업 등의 문제에선 줄곧 ‘법치’를 주장해 오던 이명박 정부가 법치주의를 흔드는 사면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대상이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정부가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죄를 짓더라도 쉽게 풀어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0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주년 되는 날이다. 유족과 정부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사건 현장엔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희생자의 분향소가 남아있다.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로 해를 넘겼고 당시 농성자들은 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법치를 주장하는 정부지만 3000여 쪽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는 따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역시 정부 스스로 법치논리를 부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면(赦免)이란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하는 것으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다. 정부는 사면의 이유를 국익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을 위한 것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친서민 정책을 펼치겠다는 대통령의 권한이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올해에는 ‘돈 있는 사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서민들의 푸념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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