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소금인형’처럼
자신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소금인형’처럼
  • 이범종 기자
  • 승인 2009.12.31 0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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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환 작가(사진=강승리 기자)

 

지난 1973년 8월, 경남 창녕에서 열두살짜리 소년 두 명이 1박 2일간 사라졌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고려대학교였다. 꿈에 그리던 그날의 고대가 이제는 마음의 고향이 된 성기환(법학과 82학번) 씨는 ‘삶의 바다에서 그 무엇을 위해 녹을 소금인형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성 씨는 법과대학 재학 당시 민주화를 향한 자신의 열망과 법관이 되리라는 주위의 기대 사이에서 늘 고민했다. “‘운동’하러 나간 친구들이 전화로 넌 안 오냐고 물을 때 전 친구가 아닌 ‘지인’이 됐어요. 민주화를 위해 함께 싸운 ‘친구’가 아닌, 그냥 ‘아는 사람’이 돼버린 거죠. 그 때의 고민이 오늘의 <바다로 간 소금인형, 이하 소금인형>을 낳았어요”

그는 졸업할 당시 이기수 총장에게 추천서를 받고 모 대기업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떠난 상황이었어요. 취업조차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서울 본동에서 인천 용동까지 밤새 걸었어요. 그때 우연히 접한 학원 강사 모집 광고를 보고 사교육계에 발을 들였죠”

이후 강남에서 유명 강사가 된 그는 학습지 <생각하는 영재> 시리즈에 이어 2008년에 <생각하는 한국사> 시리즈를 출간했다. 이는 <소금인형>의 모태가 됐다. “<생각하는 한국사> 현대사 편 준비 과정부터 여러 사건 관계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어요. 기록도 부족하고 민감한 사안도 많아 역사서 출간을 포기했죠”

이후 현대사를 실존 인물 이야기와 함께 소설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 <소금인형>이다. 어릴 때 미국에 입양된 워싱턴포스트 기자 찰리 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한국 여행 중 운동권 출신 김인수를 만난다. 이 만남을 통해 찰리 최는 소금인형이 바다에 녹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가듯 1970, 80년대 한국 현대사를 알아간다. “제 지인들의 실제 이야기와 현대사를 소설 형식으로 엮어냈어요. <소금인형>은 당시의 분위기를 직접 겪지 않은 이들에게 현대사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어요. 제가 본교 재학시절에 했던 고민을 실천하는 의미도 있고요”

성 씨는 최근 IPTV 교육방송사업도 추진중이다. “IPTV 교육방송은 EBS와 달리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특정 난이도와 유형을 선택해 집중 학습할 수 있어요. 포털사이트에서 카페를 만들듯 다양한 채널을 비용 부담없이 만들 수 있어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현재 대기업에서도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에 대해 묻자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함 선생 이야기를 꺼냈다. “열두살 때 함께 고대를 구경했던 종경이라는 친구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그 친구는 3년 전 세상을 떠났죠. 그는 남들과 달리 늘 미래지향적 이야기만 했는데 저도 그를 보면서 과거의 저를 죽이고 내 인생 나머지 절반은 다른 이들의 미래에 보탬이 되며 살자고 다짐했어요” 그는 지난 2006년부터 본교 장학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운학 이함 선생님께서는 손해 보며 살라고 말씀하셨어요. 자기 이익만 생각하거나 말과 본심이 다르면 제대로 소통할 수 없어요. 뭔가 이루려면 손해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함 선생님의 철학이 제 삶에 많이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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