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하는 강심장인가? 그것도 꼭 챙겨보려고 해”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젊은이가 좋아하는 걸 챙겨 본다는 생명대 생명과학부 방원기 교수가 올해 정년퇴임한다. 유쾌하고 자유로운 방원기 교수를 지난 12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45년. 방원기 교수가 본교와 함께 한 시간이다. 1965년 농화학과에 입학한 방 교수는 학생, 교수로서 고려대와 삶을 함께 했다. “내가 입학했을 당시엔 학교 주변이 전부 산이었어. 독일 유학 갔다 오고 나니까 학교시설도 그렇고 연구 분위기도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

방원기 교수는 본교 대학원을 마친 후 독일로 유학 갔다.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한 방 교수는 1년 반 만에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펜 연구로 독일특허를 냈고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넘어서 노자, 사자성어, 오케스트라에 해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따로 시간 내서 공부한 건 아니고 그냥 책을 많이 읽었어. 고등학교 때 독서부 부장을 했거든. 그때 읽은 책이 지금까지 내 지식을 지탱해 주는 것 같아”

방 교수는 독일의 지휘자 체리비다케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리허설을 많이 하고 완벽성을 중시했던 체리비다케처럼 학생들이 잘못했을 땐 엄격하게 야단친다. “난 체리비다케가 지휘하는 것처럼 항상 다르고 발전된 강의를 하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요즘엔 학생들이 쉽게만 배우려 해서 안타까워. 아,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체리비다케가 지휘하는 거 볼 수 있으니까 꼭 한번 보도록 해” 그는 체리비다케를 설명하며 직접 지휘하듯 손을 휘저었다. 방원기 교수는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서 배우기도 했다. 제자가 자신의 가르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 줬을 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 번은 유학 간 학생한테 편지가 왔는데 나에게 배운 걸 거기서 또 배워서 할 게 없다는 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학문에는 국경이 없지만 학자에겐 국경이 있다’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말이다. 방원기 교수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학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한다. “의식 있는 학자가 돼야 해. 그러려면 투철한 민족관과 국가관이 있어야 한단 말이지. 그저 자신의 편의만 고려하는 학자가 된다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아.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말은 ‘자겸천우(自謙天佑)’야. ‘스스로 겸손한 자 하늘이 돕는다’란 뜻이지. 큰외숙이셨던 무위당 선생이 항상 해주셨던 말이야”

대화를 마치면서 방원기 교수는 기자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최근 쓰고 있는 수필집이 완성되면 보내주시겠단다. 자유롭고 유쾌할 뿐만 아니라 마음도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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