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정든 교정을 떠나 사회로 진출하는 여러분의 앞날에 늘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17년 전 제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72학번으로 모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후 물경 22년 만에 학사모를 쓴 1993년의 그 졸업식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흔이 넘어 졸업했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축하를 받으며 누구보다 ‘성대하게’ 졸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모든 게 추억 같으나 졸업 당시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남들과 달리 컴컴한 감옥에서 내딛었으니까요.
졸업을 한 학기 남긴 1975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수감돼 캠퍼스를 떠났습니다.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 시절, 복학했으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다시 구속됐고, 민주화가 된 1993년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복학, 어렵게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다시 똑같은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시 저에게 주어진 길이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당시 제 행위는 미래지향적이었으며, 세계사적으로 보편타당한 기준에 따랐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민주화 이후 선진화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어야 할 후배 여러분께 선배로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캠퍼스를 떠나 활동하게 될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 전역입니다. 수년 후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는데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기권을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되며 말 그대로 지구촌 시대가 열립니다. 이 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사고와 행동입니다. 사고의 틀과 행동범위를 세계로 확장하는 국제적 고대인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무엇을 하든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는 부지불식간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대격변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도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여러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변화의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후배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미래와 세계의 변화를 선도하는 ‘젊은 고대인’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정치외교학과 7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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