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폐암으로 투병하던 법정스님이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생전에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법하던 스님은 자신이 죽더라도 관과 수의를 준비하지 말고, 평소 승복차림으로 조용히 화장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가 늘 말하는 무소유(無所有) 를 삶의 끝자락에서도 실천한 것이다.

고도의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무소유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는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서는 더 많은 학원을 다니고, 더 유명한 대학 더 좋은 학과를 가야한다고 배우고, 커서는 더 많은 연봉, 더 넓은 집, 더 힘 센 직위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탐욕에 사로잡혀 방향도 정체성도 없는 질주를 오로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계속하는 것이다. 스님의 설법은 이런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죽비였다. 욕망을 버리고 현재를 열심히 살라는 불법의 가르침이었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디기 전, 우린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추고 욕심만 가득 쥐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동안 가지려고 했던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밟아서고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평생 무소유를 외치던 스님은 차지한 직책 하나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누구보다 많은 유산을 세상에 남겨주고 떠났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한다”. 스님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무소유의 정신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늘 가슴 서늘한 화두로 남을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