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꽃샘추위가 지나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春)이 왔다. 오는 봄을 동장군이 시기했는지 3월에 때 아닌 폭설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따듯한 햇살과 새파란 하늘은 커플들에겐 설렘을 솔로들에겐 겨울 내내 시렸던 옆구리의 허전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봄이라고 산으로 들로 놀러가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오늘은 어디로 가지’라고 고민한 남자친구, 아직 쌀쌀한 바깥 날씨가 부담인 커플은 올 봄 데이트를 국립 중앙 박물관(이하 중앙 박물관)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

박물관은 지겹다는 편견

“중고등학교 때 박물관 지겹도록 가봤어요” “오래된 유물들만 보면 따분해요”라며 박물관을 지겹고 따분한 장소로만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려 박물관이 변하고 있다. 중앙박물관은 2005년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신축돼 깔끔한 건물외관을 자랑한다.

정문을 지나서 박물관에 들어서면 멀리 거울못 호수와 함께 중앙 박물관 전경이 눈에 띈다. 거울못 호수를 구경하며 청자정에 올라가도 보고 호수구경을 마치고 호수 왼쪽으로 가면 박물관으로 갈 수 있고 호수 오른쪽으로 가면 미르폭포와 나들못이 있어 사랑하는 연인과 산책을 즐기는데 그만이다.

박물관 내부도 유럽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돔 형태의 건물설계로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내부에는 △식당가 △까페테리아 △뮤지엄샵 △상설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특설전시관이 있다.

 

다양한 전시관들

중앙 박물관에선 주기별로 특별전시회를 연다. 과거에는 파라오와 미라 전시회, 루브르박물관전 등이 열렸고 3월에 볼 수 있는 특별전시회는 △‘태양의아들’ 잉카 △일본 근대서양화 △‘마음을담은그릇’ 신안 △동서 문명의 십자로-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문화전 이다.

이번에 방문했던 곳은 ‘태양의아들’ 잉카전 이다. 잉카전은 총 3부에 걸쳐 페루의 안데스 고대문명부터 1,532년 멸망까지 구성 돼있다. 1부는 안데스 고대문명에 대해서 2부에선 문명의 발전모습을, 3부는 황금제국 잉카의 전성기와 몰락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볼 점은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유물들과 시판왕 피라미드 출토 유물이다. 특히 시판왕 무덤 인물상은 실제 크기로 복원되어 부장품들과 함께 전시돼있다.

특별전시회 외에도 △고고관 △역사관 △미술관 △아시아관 △기증관은 상설관에 항시 전시돼있고 어린이 박물관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박물관 체험이 가능하다. 상설전시관의 관람료는 무료고 어린이 박물관은 한회에 250명으로 제한돼있어 예약을 해야한다.

이 밖에 볼거리들

중앙 박물관엔 전시회 이외에도 볼거리들이 많다. 총 805석이나 되는 규모의 극장 “용”에서는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의 클래식, 무용, 뮤지컬, 연극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고 야외의 석조물 정원에선 신라부터 조선까지의 석탑과 석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1층에 위치한 뮤지엄샵과 겨울못 호수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겨울못 레스토랑도 중앙박물관의 또 다른 재미다.

마치며

박물관에서 데이트를 즐긴다는 것은 박물관이 주는 그 자체의 거부감과 둘 중 하나가 역사와 유물 관람에 흥미가 없다면 쉽게 지루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삶 가운데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고즈넉한 역사의 향취를 느끼며 함께 있다는 것만도 즐겁지 않을까.

(사진: 김대우 기자 mon@, 네이버 www.Naver.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