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스 랭킹 1위는 어떤 사람일까? 지난 19일(금) 고파스 랭킹 1위 ‘Raison D’를 만났다. ‘Raison D’는 게시물 5227개(1개당 10점)와 댓글 7만2872개(1개당 5점)로 고파스 점수 41만6630점(18일 기준)을 달성했다.

엄청난 점수를 들으면 학번이 높을 것 같지만 그는 높은 학번이 아니다. 08학번인 그는 2008년 여름방학에 고파스를 처음 시작했다. 그는 보통 집에서 고파스를 이용한다. 과제를 할 때나 드라마를 볼 때도 고파스에 접속해 하루에 4~5시간 정도 머무른다. 점수로 따지면 학기 중엔 1000점 이하, 방학 중엔 1000에서 2000점 정도를 하루만에 올린다.

‘Raison D’는 익명게시판인 ‘솔직담백Talk’과 클럽 ‘애묘인 클럽’을 주로 이용한다. 그는 ‘솔직담백Talk’게시판이 오프라인에선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익명게시판에선 자극적인 얘기를 하거나 친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요. 매번 고정적으로 올라오는 주제도 있는데 이런 걸 ‘떡밥’이라고 부르죠. 보통 학과간 입시 성적을 따지는 ‘학벌 떡밥’, 남녀 차이를 따지는 ‘남녀 떡밥’ 같은 게 있어요. 물론 학내·외 사안에 대해서 토론도 많이 이뤄져요”

학생들은 고파스에 많이 접속하는 사람을 보통 ‘현실에서 도망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고파스에서 만난 인맥이 온라인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고파스를 통한 만남이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그는 150명 정도의 사람을 만났다. “익명게시판에서 서로 ‘못할 말’을 많이 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솔직담백Talk를 통해 만난 사람은 한꺼풀을 벗고 만나는 것 같아요”

고파스에선 다양한 사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진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이른바 ‘운동권’ 학생을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운동권 학생과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권이 싫다는 사람은 그들의 방법론을 싫어하는 것이지만, 운동권을 매도하는 사람은 오히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여요.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은 매도하진 않죠”

그에게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자퇴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고파스에선 ‘자퇴녀’에 대해 ‘자퇴를 하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 ‘운동권일 뿐’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자퇴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얘가 뭔데 날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만드나’라는 반응이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오히려 그녀가 사람들의 생각을 환기시켰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고파스를 ‘담배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익명게시판에서 여러 얘기를 접하며 가치관이 넓어지긴 했지만 고파스를 지나치게 하는 건 추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게시판에서 다양한 얘기를 접하며 간접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고파스가 나쁜 곳은 아니지만, 너무 빠지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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