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XXXX번 후보생 XXX입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캠퍼스에서 낯선 말투가 들린다. 검은 베레모를 쓰고 파란 제복을 입은 채 007가방을 들고 의젓하게 캠퍼스를 걷는 이들,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 후보생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관찰했다.

3월 23일 아침 6시, 학군단 1년차 이진형(사범대 지교08) 후보생은 말끔히 다려둔 단복을 입고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7시엔 녹지운동장에서 조조(早朝)체육이 있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집합하려면 녹지운동장 맞은편에 있는 학군단사에 적어도 6시 45분엔 도착해야 한다. 집이 먼 후보생은 첫차를 타고 등교해도 학군단사까지 뛰어야 한다.

이 씨는 학군단사로 향하는 중에 연신 주변을 살피며 빠르게 이동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항상 사주경계를 해 선배 후보생이나 상급자를 먼저 발견하고 경례를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단복을 입으면 제약이 많다. 베레모를 항상 착용하고 007가방을 휴대해야 한다. 음식물을 먹으며 걷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도 안 된다. 이동 중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다.

학군단사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충성” 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한 후보생은 허겁지겁 개인 관물대에서 체육복을 꺼내 갈아입고 있었다. 아직 서열을 다 기억하지 못한 1년차 후보생은 기자에게 경례를 하기도 했다.

 

점호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안암은 아침 7시, 세종은 아침 6시 30분에 모든 후보생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일사불란하게 정렬한다. “총원 XX명, 열외 무, 현재원 XX명, 이상 조조체육집합 끝!” 보고와 함께 오와 열을 반듯하게 맞춘 4학년 후보생과 달리 3학년 후보생은 아직 정렬이 어색했다.

 

학군단 분위기는 예상과 달리 부드러웠다. 보고 때 실수를 해도 엄하게 꾸짖기보단 웃으며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안암 학군단장 강찬옥 대령(육사 37기)은 “예전에는 군대처럼 심하게 군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지킬 것만 확실히 지키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대 정렬이 끝나고 체조, 팔굽혀펴기, 제자리달리기 등을 한 뒤 운동장을 달린다. 3km 가량의 거리를 군가를 부르고 발을 맞춰 뛰다 보면 어느 새 숨은 턱까지 차고 뒤쳐지는 후보생이 한두 명 생긴다. 대열 밖에서 후보생들을 인솔하던 중대장 후보생은 “마지막까지 힘내자”며 독려했다.

 

군사학 수업이 진행중이다

 

조조체육과 더불어 후보생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군사교육이다. 안암은 오전 8시부터, 세종은 오후 1시부터 군사학 수업을 한다. 수업을 들을 때도 군대식 보고는 기본이다. 강의실에 앉아 있던 후보생들은 교관이 들어오자 짧고 굵게 “쉬어”를 외침과 동시에 자세를 바로 한다. 중대장 후보생이 일어나 보고한다. 교관이 “쉬어”라고 나직이 말하자 후보생들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다. 그제서야 강의가 시작된다.

오후 5시, 학군단에선 정기적으로 관물대 정리 상태와 복장을 점검하는 내무검사를 실시한다. 과거엔 이 시간에 지적을 받으면 벌을 줬지만 요즘엔 벌점을 준다. 노형철(공과대 기계공학07) 정보작전장교 후보생은 “벌점제로 대체되면서 불필요한 기합은 지양하고 있다”며 “임관 후에도 병사들에게 기합만 주기보단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게 하고 고쳐주는 장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군단의 가장 큰 고민은 줄어가는 지원자 수다. 세종 학군단장 박상식 중령(학군 23기)은 “일반 병의 군 복무기간 단축과 방학 중에 스펙을 쌓거나 해외로 나가는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지원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선 올해부터 1학년도 학군단에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왜 학군단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김태규(공공행정학부07) 세종 대대장 후보생은 “학군단의 멋진 단복차림과 남자다움에 반해서 입단했다”며 “지금은 책임감과 지휘능력을 배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학군단 후보생은 다른 학생처럼 머리를 기르지 못하고, 방학 때마다 3주간 입영훈련을 받느라 개인 여행을 가기도 힘들다. 학점관리를 못하면 제 시기에 임관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2년 후 소위 계급장을 달고 소대장으로 임관하는 기쁨은 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오늘도 캠퍼스엔 “충성!”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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