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후배들을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모아 장학회를 만든 故조성열 박사(농업경제학과 90학번)이야기다. 조 박사가 눈을 감은지 4년. 자신이 못다한 연구를 후배들이 이어주길 바란 그의 소망은 2년째 장학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단법인 효봉장학회는 젊은 나이에 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조 박사가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설립됐다. 효봉장학회는 2008년부터 본교 식품자원경제학과(식자경)의 우수한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매 학기 글로벌 효봉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회 설립자 정정자 씨와 이사장 조덕행 씨는 조 박사의 부모다.

故조성열 박사는 본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귀국 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임파선 암을 선고받았다. 조 이사장은 평소 조 박사가 감기 한 번 앓은 적 없이 건강했기 때문에 그의 암 선고를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세상을 많이 원망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런 내게 오히려 세상을 용서하라고 했죠”

암과의 싸움에도 침착했던 조 박사는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2006년, 36세로 생을 마감했다. 조 박사는 눈을 감기 전 후배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회를 설립해달란 유언을 남겼다. 또한 자신의 몸을 연구에 써달라며 안암병원에 기증했다.

장학회 설립부터 장학금 수여까지는 2년이 걸렸다. 재단 설립에는 식자경 교수들이 협조해 동참했고 마침내 2008년 9월 제 1회 글로벌 효봉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효봉장학회는 2008년 9월부터 매 학기마다 10명 내외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효봉장학회는 조 박사의 생일과 기일에 의과대학 내 감은탑에서 추모식을 연다. 조 박사의 생일인 1월 31일과 조 박사가 세상을 뜬 8월 15일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과 재단 이사진이 감은탑에 모인다.

부부는 장학회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1회 때 전액 장학금을 받았던 정재환이란 학생이 있었어요. 그 학생이 후배를 아끼고 지도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그 학생을 통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후배도 효봉장학금을 신청했죠. 선후배가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해요”

장학회를 희망으로 여기는 정 여사는 아들의 의지가 살아있는 장학회를 통해 만난 학생들로 마음의 슬픔을 치유했다. “이젠 장학회가 제 희망이에요. 아들이 세상을 하직하며 남기고 간 장학회를 잘 키워가고 싶어요. 장학회를 통해 만난 아이들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