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경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감색 개량 한복을 입은 심 교수가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다. 연구실 사면엔 한자가 새겨진 장식품이 있고, 책상 위에 있는 액자에는 심 교수와 무릉도원에 살 법한 신선처럼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있다. 
그가 한복을 입은 계기는 단순했다. 1986년 부모 환갑 잔치 때 입고 장롱에 넣어두기 아까워 꺼낸 뒤 20년 째 매일 한복을 입고 지낸다.
처음엔 한복을 입는 게 어색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선글라스를 썼다. 선글라스로 부족해 삿갓도 썼다. 영화 속 도인 같은 복장 때문에 심 교수는 ‘괴짜’라고 소문이 났다. 당시 심 교수의 제자였던 국기원 고광문 과장은 “심 교수가 처음 한복을 입고 왔을 때 학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심 교수는 전통을 몸소 실천한 분”라고 말했다.
심우경 교수는 우리 민족 전통에 대해 애착이 깊다. 그는 연구실의 바닥을 마루로 바꿨으며, 커피보다 전통 차를 선호한다. 또한 40년째 한국 전통의 조경과 전통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심 교수는 지난 해 말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한국 전통조경을 강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풍류와 선도도 공부하고 있다. 선도 사상은 한국 전통 정원과 조경의 바탕이며 대표적인 예로 통일신라의 정원 안압지를 든다. 심 교수는 지난 해 본교에서 제1회 선&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심 교수가 정의하는 풍류와 선도는 즐겁게 노닐며 신선이 되는 길이다. 강의 시간에 종종 풍류와 선도를 강조하다보니 일부 수강생은 의아해하기도 한다. 심 교수는 “풍류와 선도의 대표로 호연지기를 실천한 신라시대의 화랑도를 들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풍류와 선도가 외래문화에 젖어있는 학생들에겐 낯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우경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뿌리를 모르고 전통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이 한복을 입는 것을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건물 양식도 서양식을 모방한다. 심 교수는 “중국 북경대의 중국 전통양식 건물들이 베이징올림픽 마라톤 코스에 포함되면서 전통미를 세계에 알렸다”며 “우리 것에 대한 확신을 갖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경 교수의 호와 필명은 전통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 자부심을 대변해준다. 그의 호는 농우이며 필명은 우겨이다. 농우는 우직한 소를, 우겨는 ‘우긴다’를 의미한다. 심 교수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주관을 갖고 우길 줄 알아야 한다”며 “한민족은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민족인 만큼 무엇보다 우리 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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