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동체]칼 끝에서 쾌감을 느끼다
[일심동체]칼 끝에서 쾌감을 느끼다
  • 김선미 기자
  • 승인 2010.04.10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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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르드(En garde, 준비 자세)!’
‘위(Oui, 예)!’
‘알레(Allez, 시작)!’

▲ 우-김선미 기자

 


경기가 시작되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칭!’하는 칼날 소리와 기합소리가 부실에 울린다. 마스크 속 선수들의 눈빛이 득점을 알리는 전광판 램프와 함께 빛난다. 칼끝의 긴장과 전율이 흐르는 펜싱을 체험하기 위해 생활체육관 1층 펜싱부 연습실을 찾았다.

부실에 들어서자 펜싱부 김용수(문과대 영문06) 주장이 펜싱복을 건넸다. 위엔 특수소재로 만든 상의와 메탈 조끼를 입고 아래엔 편한 체육복을 입었다. 칼을 쥐는 손엔 두꺼운 펜싱 장갑을 낀다.

펜싱복을 입고 기본자세를 연습했다.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굽힌다. 이때 양 발은 100도로 벌린다. 공격과 방어의 기본이 되는 가르드(Garde) 자세다. 최대한 몸을 낮추는 게 중요한데 기자는 엉거주춤하며 제대로 따라하지 못했다. 김용수 주장은 “처음엔 어색해도 익히고 나면 절도 있는 자세”라며 “각을 잘 잡아야 한다”고 지도했다.

자세를 익힌 후 기본 동작을 배웠다. 무게중심을 앞발에 싣고 뒷다리를 쭉 뻗으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가 ‘마르쉐’(march)다. 뒷발을 먼저 딛고 자연스레 앞발을 뒷발 쪽으로 끌어당기며 후퇴하는 방어동작은 ‘롱뻬’(rompez)다. 가르드 자세 유지도 힘든데 이동하려니 쉽지 않았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펜싱부 전 주장 김창욱(정경대 경제05) 씨는 “펜싱은 30분 동안 약 300kcal를 소모한다”며 “동시에 하체 근력도 단련해 ‘꿀벅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펜싱검 다루는 법을 익혔다. 검을 내지르며 힘차게 찌르는 동작인 팡트(fante)를 시작했다. 연습을 위해 주장이 가슴에 보호대를 차고 칼에 찔리는 역할을 했다. 앞서 배운 마르쉐와 팡트를 연결해 공격의 기본 동작을 반복했다. 김용수 주장은 “공격이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방어하게 된다”며 “위험할 수 있으므로 팡트 동작을 할 땐 반대편 손을 항상 어깨 높이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르쉐 팡트를 연습하던 중 펜싱부의 유일한 여 부원이 등장했다. 펜싱부 홍일점, 박보현(공과대 신소재07) 씨다. 그동안 남자 부원과 경기를 해야 했던 박보현 씨는 처음으로 여자 상대가 생겼다며 경기를 제안했다. 박보현 씨와 펜싱경기의 한 종류인 플뢰레(fleuret) 경기를 했다. 플뢰레는 칼끝이 얼굴과 팔을 제외한 상체의 몸통에 닿아야 득점한다.

마스크를 쓰고 준비 선에 섰다. 상대에게 검을 들어 예의를 갖춘다. 경기가 시작됐다. 전진과 후진, 공격과 방어가 속도감 있게 반복됐다. 칼끝이 메탈 조끼에 닿자 전류가 흘러 전기 심판기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플뢰레 경기에선 두 선수가 번갈아가며 공격권을 갖는데, 박보현 씨가 공격권을 가졌을 때 기자가 찌르자 무효를 알리는 램프가 표시됐다. 칼에 찔리면 아플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박보현 씨의 배려로 경기는 10대 7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검을 들어 예의를 표시했다. 마스크를 벗으며 박보현 씨에게 펜싱의 매력을 물었다. “펜싱은 긴장감, 속도감, 쾌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운동이에요. 위엄 있으면서 신사적인 스포츠죠. 또한 동아리에서 이렇게 쉽게 펜싱을 배울 수 있는 건 특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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