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중앙도서관 4층 스터디 룸, 외국인이 능숙한 한국말로 질문을 건넨다. “국가 발생 기원이 무슨 뜻이지?” “기다려봐. 한자로 써줄게”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스페인어, 불어, 말레이시아어, 칠레어, 일본어가 가능한 본교 국제 학술 동아리 KUNISA(Korea University Network for International Studies and Activities)의 세미나 현장에 동석했다.

KUNISA의 세미나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환경 5개 분야의 주제로 2주 동안 두 차례 진행된다. 이번 주제는 ‘사생활과 국가의 정보 수집 간의 갈등’이다. 회원들은 지난해부터 시범운영 중인 알몸 투시기, 24시간 CCTV, 도청문제를 예시로 세미나를 준비했다.

 

 

이튿날 오후 6시 반 서관 강의실에서 정규 세미나가 열렸다. KUNISA 회원 2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발표와 토론 자료는 모두 영어다. 발표자들은 시민의 권리(civil rights)와 보안(security) 갈등을 공항 검색대 상황을 설정해 역할극으로 표현했다. 회원 각자 프랑스 국적의 흑인, 영국 국적의 무슬림, 아랍인과 비슷한 외모의 라틴 아메리카인, 공항 보안요원역을 맡았다. 공항 보안 검색이 강화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보안요원이 프랑스 국적의 흑인에게 몸 수색을 요구하자 인종차별이라며 거부하는 상황이다. “난 고향에 아들과 부인이 기다리고 있다고!” 다들 실제상황인마냥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었다. 나중엔 지켜보던 제 3자 역할까지 합세해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회자가 나서서 역할극을 중단했다.

 

 

이후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중 각자의 경험담을 나누기도 했다. 김민지(정경대 정외08) 씨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특정 종교란 이유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격리돼 검문을 받는 사람을 보니 눈물이 났다”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는 인간적으로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교환학생 로잔나(Rosanna Salles) 씨는 “나는 실수로 데오드란트(탈취제)를 가방에 2개 넣어 인천공항에서 몸수색을 당했다”며 “그땐 한국말도 서툴러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어려운 주제를 영어로 토론하면 피곤하지 않을까. KUNISA 김동헌 회장은 “대부분 국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KUNISA에 지원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가한다”며 “관심 있는 주제를 토론하며 자연스레 영어 실력을 쌓았다”고 대답했다.

국제 학술 동아리답게 KUNISA엔 외국인 학생도 활동 중이다. 로잔나 씨는 “독일에서 한국학을 부전공했는데 KUNISA에서 활동하며 한국에 대해 많이 배운다”며 “한국어 수업에서 배우지 않는 전문 용어나 어려운 단어를 발표 준비하며 자연스레 익혔다”고 설명했다. 로잔나는 자신이 자라온 독일과 유럽, 전공분야인 일본과 한국을 국제적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KUNISA는 세미나 외에 매년 여름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분야의 국제 이슈 강연 시리즈 'KOLS'를 개최한다. 2009년엔 유엔(UN) 정부센터의 김정태, 하버드대(Harvard Univ.) 에드워드 베이커(Edward Baker) 교수, 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 제임스 브리랜드(James R. Vreeland) 교수 등 7명을 연사로 초대했다. 올해는 7월 9일부터 사흘 동안 본교에서 정치, 사회, 경제 분야 유명인사 6명이 강연을 한다. 올해 KUNISA는 특별히 <중국의 국제성장에 따른 국제적 역할 변화>를 주제로 논문을 수집, 공동 편집해 ‘학부생 저널’을 편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