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소? 법대에서 보낸거요?” 맨 처음 기자를 본 신광연립 주민들은 경계심부터 보였다. 오랜 불안과 고통으로 그들은 지쳐보였다.



감시당하는 주민들

지난 11일(화) 법과대 후문에 위치한 신광연립을 찾아갔다. 신광연립 입구부터 비포장도로가 시작됐다. 입구 오른쪽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주민은 “이 컨테이너 박스에는 땅 주인이 고용한 남자 3명이 주민들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어느 집이 비었는지,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본다”고 말했다. 신광연립을 다시 찾아간 13일(목) 밤에도 컨테이너 박스에선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15일(토) 컨테이너 박스의 남자를 만났다. 그 중 한 명은 자신을 ‘땅 주인의 법정대리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법과대가 땅을 산 것이 아니라고 하며 “이곳 사람들이 쫓겨난다는 것도 틀리다. 내 땅에서 나가는 건데 왜 쫓겨나는 거냐”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해머, 쇠막대 등이 있었다.

4월 16일 벌어진 강제철거로 3~4집 정도는 땅 주인과 합의해 집을 나갔고, 신광연립의 절반 정도는 완전히 폐허 상태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데도 유리창이 깨진 곳이 많았다. 이중창까지 모두 깨진 곳도 있었다. 땅 주인이 고용한 사람들이 돌을 던져 창을 깨고 다니기 때문이다. 곳곳에 건설 폐기물이 널려있었고, 한 동의 입구는 폐기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가끔 보이는 텃밭과 자동차만이 사람이 산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눈앞이 캄캄하다. 살기싫다”

1990년 입주했다는 이 모 씨(여) 가족은 부부, 아들, 딸 4명이다. 이 씨의 남편은 신광연립으로 온 직후 사고로 뇌를 다쳐 이 씨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 씨의 겨울은 힘들었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고, 땅 주인의 방해로 집 수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름보일러를 아무리 떼도 춥다. 2008년엔 연탄도 썼는데, 냄새 때문에 2009년엔 그마저도 쓸 수 없었다. 벽에 곰팡이가 생기고 물이 떨어진다” 이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씨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신광연립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철거로 쫓겨나면 빈손으로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 전세를 얻을 돈도 없다. “방을 알아보러 다녔는데 눈앞이 캄캄하다. 정말 어딘가에 전세 들 돈만 받으면 좋겠다. 나이 60에 이래야 하나 눈물이 난다” 이 씨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은 강제철거의 공포에도 떨고 있었다. “불안해서 얼마 전에 우울증이 왔다. 그 짜증이 다 가족에게 간다. 특히 새벽에 소리가 나면 특히 무섭다” 이 씨 가족 뿐 아니라 주민 대부분이 새벽녘에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깬다. 강제철거가 보통 새벽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강제철거의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임금대신 받은 집

몇몇 주민은 신광연립을 지을 때 참여해 그 대가로 집을 받았다. 입주 일에 맞춰 공사를 끝내지 못해 보일러·미장 등을 시키고 임금 대신 집을 준 것이다. “영동에 있던 집은 1040만원에 팔고 공사 대가로 집을 받았는데 집을 빼앗기게 됐다. 억울하다” 신광연립 전체 미장일을 맡았던 박 모 씨(남)가 말했다. 박 씨의 부인은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고, 박 씨는 폐지를 모아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다른 주민 중에도 가족 중 환자가 있거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 동에 사는 이 모 씨(남)는 4년째 폐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마 동의 이 모 씨(남)의 부인은 17년째 유방암 투병 중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중이다. 다 동의 이 모 씨(남)는 지체장애 4급, 그의 부인은 지난달 16일 강제철거 이후 우울증과 심장병으로 병원 치료중이다. 다른 많은 주민들도 전단지 배포나 식당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졌거나, 그마저도 없다. 기자가 주민들을 만난 12일(수)에도 밤 11시가 다 돼서야 돌아오는 주민도 있었다. 그를 본 안춘선(57·여) 씨는 “칠순 할머니가 밤 11시까지 식당일을 하고 온다. 그나마 오늘은 일찍 온 것”이라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한 주민은 다음에 강제철거가 들어오면 먹고 죽겠다며 농약을 보여줬다. 유서도 썼다고 했다. 그는 가스통을 준비하고 있는 주민도 있다고 했다.

신광연립 주민들은 오늘도 강제철거의 공포 속에 하루를 시작했다. 고대신문의 지난 보도(5월 2일자) 이후에도 법과대는 주민들의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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