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어려운 길은 길이 아니다’

작년 10월, 고파스에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명언들’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 있던 몇 문장이다. 이 글엔 60여개의 댓글이 달렸고 많은 추천을 받아 추천게시판에도 올랐다. 학생들은 댓글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웃음엔 씁쓸함과 자조 섞인 탄식이 내포돼 있었다.

나는 이번 학기 휴학을 하고 진로를 다시 탐색했다. 주변 친구와 진로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할 거 없으면 공무원 해’였다. 추천 이유는 대부분 ‘잘릴 걱정 없잖아’, ‘안정적이잖아’였다.

20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중ㆍ고등학생 6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 직업 설문에서 중등학교 교사가 1위로 뽑혔다. 학생들은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공무원과 선생님이란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직업 선택의 이유가 ‘안정성 추구’라는 데에 있다. 사회로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안정 지향적 사고에 빠져 쉬운 길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안정 지향적 사고는 잘못된 사회 패러다임을 공고히 할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면 바꿔야 할 것이 보이지 않고, 결국 악습이 계승된다.

역사적으로 사회 변혁을 이뤄온 것은 ‘불안정’이었다. 위험 요소를 끌어안고 안정적인 것을 깨뜨린 것이다. 화약이 없어 바스티유로 몰려간 시민들이 그랬고 4.19 혁명 때 길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이 그랬다.

젊은 세대가 안정만 추구한다면 우리 사회는 변화가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불안전한 사회를 위해선 ‘나도 나서야 하는 것’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겨야 하는 것’이고,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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