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세원 인턴기자

“오오오오빠를 사랑해~”

소녀시대가 사랑한 그 오빠가 본교 미식축구부 ‘코리아 타이거즈(Korea Tigers)’다. ‘오(Oh)’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미식축구부는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미식축구 결승전 오픈볼 경기에서도 소녀시대의 응원을 받으며 연세대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아픔 따윈 모를 것 같은 역삼각형의 전사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2일 체육생활관 1층 미식축구부실을 찾았다.

미식축구는 실력 못지않게 장비가 중요하다. 우선 쫙 달라붙는 쫄쫄이 팬츠를 입는다. 팬츠 안에는 무릎과 허벅지, 꼬리뼈를 보호하는 보호대가 장착돼 있다. 어깨와 가슴에 두꺼운 패드가 달린 상체보호구도 입는다. 마지막은 미식축구의 거친 이미지를 상징하는 헬멧이다. 안면을 보호하는 쇠창살 사이로 비치는 선수의 눈빛은 헬멧을 벗었을 때의 그것과 다르다. 박종화(문과대 영문05) 선수는 “헬멧만 쓰면 저도 모르게 전의가 불타올라요. 마치 뭔가에 씌인 것처럼”이라고 설명한다.

장비착용 후 녹지운동장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첫 훈련은 순간적인 방향전환능력을 키우는 스텝훈련이다. 좌우, 앞뒤로 재빨리 밟아야 하는데 빨리 하면 발이 꼬이고 천천히 하면 윤승현(공과대 화공생명공학06) 주장의 질책이 이어졌다. 기자라고 예외는 없었다. 4명 중 꼴찌를 하자 바로 팔굽혀 펴기 10회 실시 명령이 떨어졌다.

선수들은 훈련 도중 ‘원기’를 외쳤다. ‘원기회복’과 드래곤볼의 ‘원기옥’에서 따온 구호는 지친 선수에게 힘을 준다. 하지만 항상 힘이 되는 건 아니다. 박력 없이 원기를 외친 선수에게 윤승현 주장은 “그럴 거면 힘만 빠지니까 하지 마”라고 소리 질렀다. 한동안 원기를 외치지 않던 그 선수는 아까완 다른 우렁찬 목소리로 원기를 외쳤다.

훈련 중 5분간의 짧은 휴식이 생겼다. 한 선수는 “훈련할 땐 죽을 것 같은데 쉴 땐 기분이 너무 좋아. 꼭 마약 같다니까”라고 말하며 물을 들이켰다. 그 때 고참 선수가 기자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힘들다”고 대답하자 “훈련할 때 힘들다는 말은 금기어”라며 신입부원이 조용히 충고를 해준다. 그 뒤로는 “할 만하다”고 대답했다.

짧은 휴식 뒤 몸으로 부딪쳐 상대 선수를 막는 블락(Block) 연습을 했다. 서로 마주 본 채 순간적으로 세게 부딪치기 때문에 담력이 필요하다. 한 선수가 몸을 사리는 듯하자 윤승현 주장은 상대를 원수로 여기고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다.

*쿼터백이 던진 공을 받는 리시브(Receive) 연습이 이어졌다. 고참 선수가 공과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천천히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 달리며 공을 받는 시범을 보여줬다. 열심히 잡아보려 했지만 의도가 앞선 탓인지 단 한번 밖에 잡지 못했다. 세 시간에 걸친 훈련이 끝나기 전 10명의 선수 중 5명이 리시브를 성공하면 마지막 훈련을 생략한다는 주장의 특명이 떨어졌다. 9명까지 했을 때 잡은 건 4명. 마지막 남은 선수를 향해 ‘원기’를 외쳤다. 주장의 공이 던져졌고 마지막 선수가 필사적으로 공을 낚아채며 이날 훈련은 종료됐다.

운동부라고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 매니저는 모두 여학생이 맡고 있다. 매니저 7명 중 2명은 성신여대 학생이다. 이슬기(성신여대 국어국문09) 씨는 “지인이 고대 미식축구부 선수라서 지원했는데 미식축구가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미식축구의 매력이 팀플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사람만 실수해도 경기를 그르치기 때문에 협력 플레이가 최우선이다. “공을 잡지 않은 선수는 공을 잡은 선수를 위해 희생해야 돼요. 그게 바로 미식축구의 매력이죠” 뜨거운 열정이 숨 쉬는 코리아 타이거즈의 경기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추계리그에서 만날 수 있다.

 

*쿼터백(Quarterback) : 쿼터백은 팀의 리더로 공격 플레이에서 볼을 소유, 전술을 지시하고 플레이 도중 결정을 내려야 하는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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