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을까.  사회적기업가들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젊은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회적 기업가정신 국제컨퍼런스 2010’이 지난 4일(금) 본교에서 열렸다. 컨퍼런스는 지난 해 ‘사회적 기업 국제컨퍼런스 2009’의 후속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3일(목) KDI대회의실에서 있었던 컨퍼런스에선 사회적 기업가가 무엇인가를 논의했다면 이날은 양성방안을 네 세션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젊은 사회혁신가(changemaker) 양성방안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경없는 기업가의 창립자인 에이메릭 마모라와  아쇼카  청년벤처  스페셜  프로젝트매니저인  마르셀로 베르가 발표했다. 이들은 먼저 ‘젊은 사회혁신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12~15세 정도의 청소년’이라고 답했다. 에이메릭 마모라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빈부격차, 기후변화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공공토론에  젊은이를  참여시키지 않고 그들에게 지시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에이메릭 마모라는 “그들에게 원하는 것을 표현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런 젊은이들이 참여할 분야가 바로 사회혁신가 분야”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는  ‘젊은이를  어떻게  참여하도록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아쇼카 재단은 세계 최대의 사회적 기업 지원 단체다. 아쇼카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마르셀로 베르는 “젊은이들의 사업에 5년 정도 지원하면 대부분 자리를 잡아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아쇼카는 정부 지원 대신 구글, 스타벅스 같은 민간 회사와 협력해 젊은이들에게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도 이러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세 번째 물음은 ‘국제적으로 젊은 사회혁신가를 어떻게 양성해 낼 수 있을까’였다. 마르셀로 베르는 젊은이들이 직접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이들이 직접 책임성을 갖고 공공, 사립학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간 네트워크로 인해 실제로 한 지역의 학교는 퇴학률이 44%에서 0%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마르셀로 베르는 “지금까지의 청소년 운동은 어른이 이끄는 청소년 단체에 청소년이 참여하는 것뿐이었지만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한다고 해서 사회혁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며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시도를 거쳐야만 사회혁신가가 되고 이것이 발전해 사회적 기업가가 된다”라고 말했다.  

아쇼카나 국경없는 기업가 단체에선 젊은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언론, 광고매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한 프로그 램 과정의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실제 참여한 젊은이들의 프로젝트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만들어 다양한 매체에 방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개인적인  행동이  국제적인  트렌드로 바뀌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들은 자신의 인생목적(life-purpose) 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의 니즈(needs), 즉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와 개개인의 열정, 재능의 공통점은 결국 ‘인생목적’이라는 것이다. 자신감(self confidence)과 진취성(initiative)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감은 개개인이 인생 목적을 발견하고 능력을 발휘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자율적(autonomy)으로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핀란드의 한 학교엔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3년 과정이 있는데 이 3년 동안 학생들은 교수를 한 명도 만나지 않는다. 시장조사나 계획 을 세우는 것 모두 교수 없이 경험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는 것 이다. 에이메릭 마모라는 발표를 마치며 “현 사회의 성공모델은 얼마나 지위가 있고 안락한 삶을 사느냐가 기준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각종 매체들이 스타들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를 보여주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와 시도, 그리고 실패
 이어지는 패널토론엔 김종휘 하자센터 부센터장, 심재철(미디어학부) 교수, 민동권(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염지홍 패션디자이너(passion designer)가 참여해 발표와 연관된 사례를 발제했다.
김종휘  하자센터  부센터장은  하자센터  내의  노리단(noridan)을 사례로 들었다. 노리단은 재활용품을 이용해 공공적 문화예술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종휘 부센터장은 “10대,  20대가  미래사회적  기업가로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며  “센터에선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작은 팀을 만들고 각 팀 안에 10대와 20대가 함께 일하게 만들며 30대 전문가가 그 팀에 들어가 동료로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세대와 사회가 청소년과 젊은이를 미래의 자원이 아닌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10대, 20대 때 할 수 있는 인생 경험의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재철(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  겨울  칼미키아공화국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한 반디코리아팀에 대해 사례발표를 했다. 러시아  고려마을을  찾은  반디코리아팀은  본교생  18명을  포함해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심 교수는 이들 반디코리아팀이 12일간 바스호트 마을에서 △부채춤 △택견 △사물놀이 △지야의 함성 △전통혼례 시연을 통해 한국문화를 소개했다고 전했다.

 염지홍 열정(passion)디자이너는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이  직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염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창의적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창의성이 사회혁신가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창의성을 잃어가고 고정관념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창의성은 해외에 한 번 다녀오는 경험을 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전공, 성, 나이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를 하고, 그 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태도로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
 세 번째 세션의 사회를 맡은 박헌준 연세대 사회적기업센터 소장은 사회적 문제를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지금까진 문제를 보고, 그 해결책을 생각했지만,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사회적 필요가 뭔지, 그걸 어떻게 충족시킬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이은애 (사)Seed:S 사회혁신지원사업단장은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직원 임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  단장은 “직접적 재정지원보단 지원사회적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할 전문가 집단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내 사회적기업의 노동자, 경영자의 임금 비율이 평균 1대 2로 경쟁적 기업의 경영전문가를 유인하기엔 임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사회성을 이해하고, 수익성과 공익성을 모두 따질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민법·세법  등과 충돌해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며 사회적기업육성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현행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등록제’로 바꿔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성장시키는 주체였는데, 앞으론 시민 분야가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민적 소비자, 시민적 전문가 등 시민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장의성  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 노력을 설명했다. 2010년엔 인건비 위주 지원에서 탈피해 판촉, 브랜드 정리, 시제품 개발을 위한 ‘지역개발비’를 150억 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재정지원을 강화하려고 기획재정부와 사회기금(Social Fund)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창의인재육성과장은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실패를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장은 “국민의  정부  시절  야심차게  벤처기업을  지원했지만,  10년이 지나니 벤처기업이란 용어도 듣기 힘들게 됐다”며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지 않게 정부가 앞의 경험을 곱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교과부의 역할을 사회적기업가 양성과 교육시장을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것  2가지로  설명했다.  교과부의 ‘창의인성교육’은  타인을  배려하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어서 사회적기업가의 자질인 ‘정감(empathy)’ 교육을 할 수 있다. 또한 방과후학교와 같은 교육시장을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면 사회적기업의 활동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열정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문정빈(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사회적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고 있어, 사회적기업이 작은 공기업처럼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  수입으로  유급노동자  임금을 모두 지불할 수 있는 기업은 70% 뿐이라며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려면 ‘공간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단순한 재정지원보다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며 “사회적기업 단지를 조성하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헌준 소장은 문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정감이 넘치고 진정한 소통이 있는 혁신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30년이 걸린 아쇼카 재단의 사례를 들며 조급증을  경계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육성에  시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정부가 주도해 더 잘 이뤄질 수 있었다”며 “토양을 배양하는 데 정부가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박헌준 소장은 민간기업의 역할을 논의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와 정부는 합쳐도 전체의 20%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간비지니스의 창의성과 혁신적 힘이 투입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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