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범종 기자
6.25전쟁 60주년 세계석학 초청강연 ‘6.25전쟁으로부터 글로벌 코리아까지’가 지난 24일(목) 법대 신관에서 열렸다. 이날 로버트 스칼라피노(Dr. Robert A. Scalapino) UC 버클리 명예교수, 스펜서 터커(Dr. Spencer C. Tucker) ABC-CLIO 출판사 군사역학 선임 연구원, 에삿 알슬란(Dr. Esat Arslan) 국제군역사학위원회장이 강의했다. 이 강연은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하고 본교 글로벌리더십센터와 한국국방연구원이 주관했다. 고대신문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김정일이 직접 관여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앞으론 정보화로 북한 정권이 민심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스칼라피노 교수의 강연을 정리했다.

△ 중국, 북한 붕괴 원치 않아

△ 북·미, “냉·온탕 오가는 긴장관계”

△ 대외관계 “북한은 최소화, 한국은 다양화”

변혁의 시기, 두 개의 한국

▲ 스칼라피노 교수가 '변혁의 시기의 두 개의 한국'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스칼라피노 UC 버클리 명예교수는 ‘변혁의 시기의 두 개의 한국’을 이야기했다. 그는 북·중 관계와 북·미관계,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천안함 사태를 분석하며 한국과 북한의 미래를 전망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존과 미국에 대한 ‘선 적극, 후 소극’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십 년 간 북·중 관계는 매우 중요해졌다. 1990년 러시아가 북한에 ‘남한정부 인정과 특혜 없는 경제 관계’를 통보했다. 이후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해왔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경제와 정치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지만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이는 북한이 붕괴될 경우 대규모 난민이 중국에 들어오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마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중국은 강한 대북제재를 반대한다. 또한 ‘북 핵’ 같은 문제에 관해 다자간 협상장으로 북한을 끌어들이려 한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지난 10년 간 북·미 관계를 ‘냉·온탕을 오가는 관계’라 표현했다. 북한이 주변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때로는 순응하며 이득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 악화
스칼라피노 교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상당한 회복세에 이르던 남북 관계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급속히 악화됐다고 본다. 2008년 집권 초기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일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여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비핵·개방 3000’이었다. 비난이 쏟아졌고 남북 교류는 급감했다. 2010년 3월에 천안함이 침몰했다. 이 사건은 남북 긴장과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다.
우방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한국은 남북 경제 교류를 축소했다. 북한 선박의 영해 진입을 막았다.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을 뺀 나머지 경제교류를 중단시켰다. 미국과 남한은 유엔의 북한 제재를 지지하도록 중국에 압박을 가한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경제교류가 지속돼도 한반도의 미래는 불확실하다”며 “일이 어떻게 진행돼도 천안함 문제는 한반도와 국제 사회에서 심각한 긴장감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변화 여부 시간이 알려줄 것”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국의 미래를 밝게, 북한의 미래는 비관적으로 본다. 지금까지 관찰을 통해 그는 “한국은 미국과 동맹하며 주요 강대국들과의 관계도 강화했지만, 북한은 중국을 제외하고 자국 미래를 위한 국제 교류를 최소화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 정책은 미국처럼 멀리 있는 강대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뒷받침삼아 주변 강대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이 유망하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은 국내 조건이 좋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지만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자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북한에 대해선 한국과 달리 비관적이다. 북한은 취약한 경제로 인해 기아와 건강문제에 시달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2008년 김 위원장의 뇌졸중 보도 이후 삼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됐다. 김정은은 나이가 어리다. 따라서 김정일의 매형인 장성택이 국방부위원장이 되면서 김정일 일가의 친족 지배력이 강해졌다. 지도층의 나이가 대부분 70대다. 지도부의 전격 교체를 예상할 수 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의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이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 체제가 어떤 역경에도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태도를 바꾸리라는 견해에 대해 그는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현 시점에선 현재가 과거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며 한국과 북한이 변화하는 세계에 대처하는 능력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미래는 밝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북한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 간 갈등 때문에 세계가 부정적으로 변하진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지금 같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 적이 없고 지식과 정보가 이처럼 넓고 깊이 확산된 적도, 과학과 기술이 이토록 널리 발전한 적도 없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만 여러 세기 동안 인간은 놀라운 속도로 그것을 성취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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