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가 되면 각자 취재처를 정한다. 본부, 총학, 각 단과대 등 수많은 취재처가 있는데 난 다른 건 몰라도 꼭 맡고 싶은 취재처가 있었다. 바로 체육위원회다. 실제로 취재처를 정하는 면담 때도 다른 건 몰라도 체육위원회 만큼은 꼭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맡게 된 체육위원회는 생각보다 많은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찾지 못한 것일 뿐 사실은 많은 기사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체육위원회는 특별히 기사거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5개 운동부 경기가 열리면 직접 찾아가서 경기를 보고 기사로 작성하면 됐다. 그밖에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사를 쓰기도 한다. 지난 학기엔 ‘고연전 심판 매수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농구경기를 보러 화정체육관을 찾은 우지원. 그는 "고대 체육관이 연대보다 좋네요"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이수지 기자 sjsj@)
5개 운동부 경기는 같은 날 열려 겹치기도 하고 신문을 마감하는 주말에 열리기도 했다. 혹은 수업시간과 시간이 같은 날도 있었다. 혼자서는 모든 경기를 취재할 수 없었지만 수업시간을 빼먹고 경기를 찾을 정도로 스포츠 기사는 내가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된 운동부 기사가 무려 14개에 이른다. 아쉽게도 축구부, 농구부, 야구부, 럭비부 경기는 가봤는데 아이스하키 경기엔 가보지 못했다.

작년 2학기엔 고대신문이 스포츠KU에서 스포츠 기사를 받아 1면을 채웠었다. 그러다 보니 표기준칙이나 기사양식이 고대신문과 맞지 않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당시 인턴기자였던 나는 왜 스포츠 기사는 우리가 못 쓰는 건지 궁금했다. 나의 의문은 선임기자의 답변으로 해결됐다. 스포츠 기사를 쓰려면 경기를 봐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학기 첫 신문이 나오던 날 회의 시간에 스포츠 기사를 받지 않고 우리가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역시 인력문제, 시간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나 역시 얘기는 꺼냈지만 가능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기자들은 각자의 취재처와 기사를 담당하고 있고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나 혼자서 동시에 열리는 경기를 본 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됐다. 조금씩 한 주에 한 경기씩이라도 스포츠 기사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거의 매 주 스포츠 기사는 빼먹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종간호는 고대신문에서 쓴 기사로만 스포츠면을 냈다.

경기를 보러 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 홈경기만 취재하는 방식이었고, 원정경기는 특별히 중요할 때만 취재하러 갔다. 야구 비정기 고연전이나 럭비 비정기 고연전이 그런 경우다. 야구 비정기 고연전은 목동구장에서 열렸는데 더워서 반팔을 입고 갔다가 저녁이 돼서 경기보는 내내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난다. 돌아 올 땐 응원단 버스를 같이 타고 왔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나와 사진기자 둘이 배고픈 걸 알고 한 응원단원이 XX도시락을 우리에게 줬다. 염치 따윈 배고픔 앞에서 잊은 지 오래. 냉큼 받아먹었던 기억이 난다.

일심동체 기사를 위해 미식축구부 Korea Tigers를 찾았다. 사진은 날랜 몸놀림으로 공을 낚아채고 있는 위대용 기자. (사진=황세원 기자)
럭비 비정기 고연전은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럭비경기장까지 찾아가서 봤었다. 럭비에 대해선 인터넷에서 찾아 본 경기방법이 전부라서 걱정이 앞섰다. 우선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 옆으로 가서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은근슬쩍 옆에 있는 선수에게 “저거 왜 그런 거에요?”하고 물어보며 럭비에 하나 둘 씩 배워갔다. 혼자서 봤으면 절대로 쓸 수 없는 기사를 그 선수 덕분에 쓸 수 있었다.

스포츠 담당 기자라서인지 동아리 체험기사나 인터뷰도 스포츠 관련 내용이었다. 동아리는 미식축구부 'Korea Tigers'였다. 직접 유니폼을 챙겨 입고 헬멧도 썼다. 대충 하는 척만 하고 싶었지만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더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힘든 훈련이 끝나고 미식축구부와 함께 먹은 비빔국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자리를 빌려 취재 때문에 오전 훈련을 오후 훈련으로 바꿔 준 미식축구부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한다.

인터뷰 주인공은  작년 아이스하키부 주장 김혁이었다. 인터뷰 도중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툭 던져 본 일본드라마 ‘프라이드’를 그가 알고 있어서 인터뷰가 잘 흘러갈 수 있었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얼마 남지 않은 남아공 월드컵 얘기를 하다가 우승국 맞추기 내기를 하기로 했다. 김혁은 브라질, 난 잉글랜드, 같이 있었던 다른 기자는 스페인, 아르헨티나였다. 현재(6월 28일) 기준 난 이미 탈락... 개인적으론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하지 않을까 점쳐본다.

일본으로 진출하는 김혁 선수. 그는 쿨하고 멋진 남자였다. (사진=이수지 기자 sjsj@)


그렇게 나의 수습시절은 스포츠와 함께 시작했고 끝났다. 뉴미디어부 정기자로서 스포츠기사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스포츠와 나의 끈은 아직 이어져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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