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고연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무렵.
나는 무언가에 이끌려 고대신문 기자를 지원했다. 지원서를 작성해놓고도 고민을 거듭하며 제출하지 않다가 결국 1차 모집 시기를 놓쳤다. 지원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다며 스스로 위안하며 용기없던 내 행동을 정당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내게 2차 모집이란 기회가 찾아왔고 부딪쳐보기로 결심했다. 신문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누가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스스로 고대신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어올 땐 내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땐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곳이 신문사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고대신문에 들어와서 여러 기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봤다. 처음엔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 그럴 수 있으며 나 역시 불가피하다면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내 생각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한 사람이 신문사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하나가 기사의 질을 넘어 신문의 질을 좋게 할 수도 나쁘게 할 수도 있으며 나아가 고대신문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취재를 게을리 하면 내 기사의 질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기사가 실린 신문에 타격을 준다. 나를 통해 고대신문을 접하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고대신문을 평가한다. 내 취재원에게 신뢰를 잃으면 그들은 나를 신뢰하지 않는 동시에 고대신문도 믿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를 잘 알기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와도 내 모든 책임을 내려놓고 도망칠 수 없다. 기자 생활을 거듭할수록 내가 맡은 것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절실히 느낀다.

고대신문에서 2학기를 보내면서 가슴 뛰는 순간을 여러 번 겪었다. 처음 고대신문사의 문을 열고 들어왔던 때부터 시작해서 최종 선발 문자를 받았을 때, 취재수첩을 받았을 때, 내가 만든 신문이 나왔을 때, 기사 잘봤다는 인사를 받을 때에 이르기까지 설렌 순간이 많았다. 2학기를 일했지만 항상 취재를 할 때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일에 치여 사람에 지쳐 힘든 순간이 많아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일 할 땐 다 잊고 그 과정에 푹 빠지게 된다. 지금은 역할에 버거움을 느껴도 머지않아 현역 기자 시절을 그리워할 순간이 오리란 것을 안다. 시간이 흘러 미래의 어느 순간에 현재의 나를 돌이켜 봤을 때 부끄럽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취재부 수습기자를 마치며 느꼈던 아쉬움과 반성을 문화부 정기자를 마칠 때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내 모든 책임을 다하고 홀가분히 떠날 그 순간까지 내 일상과 고대신문은 불가분적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