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7월 발간된 책 <특급 공포체험 쉿!> 첫 장에 실린 경고문이다. 요즘은 흔해진 입체안경이지만 당시만 해도 어린이에게 입체안경은 놀라운 과학의 산물이었다. ‘실감나게 떠오르는 입체화면과 멀티비쥬얼’을 둘러싸고 너도나도 입체안경을 써 보며 탄성을 지르던 유년시절을 기억하는가. 우리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입체안경 이야기를 주요 작품을 통해 되짚어보고 앞으로 입체영상의 발달방향을 정리했다.

 

공포와 모험을 입체로 즐기다
3-D 입체안경을 처음 썼을 때 입체세상은 공포와 모험의 시대였다. SBS는 1991년 국내 최초 3D 입체만화영화를 표방한 <빛돌이 우주 2만리>를 방영했다. 주인공 빛돌이가 탑승한 ‘노틸러스호’가 변신하거나 전투하는 장면에선 화면 한 켠에 입체안경 표시가 나타난다. 이 때 시청자가 입체안경을 쓰면 노틸러스호 변신장면을 입체로 볼 수 있다. 입체안경은 SBS와 계약을 맺은 페스트푸드에서 세트메뉴를 주문하면 받을 수 있었다.

<빛돌이 우주 2만리> 제 1화 '네모선장의 위기' 도입부 캡쳐. 우측 상단에 입체안경 표시가 있다.

당시 사용된 입체안경은 왼쪽은 붉고 오른쪽은 파란 ‘적청안경’이다. 어린이들에게 적청안경은 ‘지구 평화’를 지키기 위한 무기였다. <특급 공포체험 쉿!>이란 책은 적청안경을 제공해 귀신이 그려진 삽화를 입체감 있게 보도록 했다. 파란 렌즈로 보면 군인 귀신들이 보이는 삽화가 붉은 렌즈로 보면 소녀의 손을 붙잡은 귀신의 손이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출판된 토마스 브레치나(Thomas Brezina)의 <톰터보>엔 사건 해결을 위한 탐정도구 부록으로 제공됐다. 총 35편 시리즈 중 제18권 <중얼대는 피자>엔 입체안경을 이용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입체안경 언제 벗을까?

앞으로는 입체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 눈의 시차를 이용하지 않고 3차원 공간에 직접 빛의 파면을 재생해 완벽한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래피가 그 해답이다. 홀로그래피를 이용하면 양 눈의 시차에 의존하는 지금의 방식과 달리 눈의 피로감 없이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홀로그래피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의 기술로는 천연색 동영상을 구현하기 어렵고 화면도 만들기 힘들다. 레이저로 촬영해야 해 인물의 얼굴이나 풍경을 담기 힘들다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4월 8일 ‘제 4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2015년까지 안경 없는 입체 텔레비전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3차원 입체영상 산업 로드맵’에 따라 2015년까지 영화·게임·드라마 같은 모든 영상물의 20%를 입체화하고 홀로그래피 영상은 2020년에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가까운 미래에 홀로그래피를 보며 여러 입체안경이 공존하는 오늘을 추억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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