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겸 격투기 해설가 김남훈 씨. 그의 또 다른 직업은 블로깅을 하는 것이다. 김남훈 씨는‘인간어뢰’라는 필명으로 이종격투기 전문 블로그 ‘청춘 매뉴얼 제작소(blog.naver.com/heavy1)’를 운영 중이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미국 프로레슬러 테리고디의 별명에서 따 온 그의 필명 ‘인간어뢰’는 그의 실제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이종격투기 해설자이자 파워블로거 김남훈 씨. (사진 = 위대용 기자 widy@)

김남훈 씨가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블로그는 그 당시에도 다뤄지지 않는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였다. ‘나를 알려보자’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블로그. 어떤 내용을 포스팅 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그가 떠올린 건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하자’였다. 프로레슬링 선수라는 경력과 이종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종격투기 기술을 UCC로 제작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댄스 동영상이 주를 이루던 UCC시장에 이종격투기UCC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가 만든 UCC는 순식간에 수 백 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블로깅은 그의 꿈이었던 격투기 해설자가 되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방송사에서 UCC를 보고 먼저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제 자신을 홍보하는 전략이 성공 한 거죠. 내가 쓴 글, 찍은 사진, 만든 동영상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더 많이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블로깅을 했죠” 블로그는 그에게 네이트에 칼럼을 연재하고 책까지 출판하는 기회를 줬다. 블로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얻게 된 기회는 김 씨의 블로그에 전문성을 더했다.

김남훈 씨의 블로그는 보통의 파워블로거의 것보다 훨씬 소박하다. 하루 방문자 수는 수 백 명 정도고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글은 5개가 전부다. 파워블로거라면 흔히 달아놓는 배너광고 하나 없다. 하지만 이종격투기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쓴 경기예상, 경기분석은 정확성과 재미를 동시에 담고 있어 블로그 고정 방문자가 많다. “아마 네이버 파워블로거 분들 중에 방문자 수는 제가 제일 낮을 거예요. 대신 제 전문 분야를 살려서 순수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니까 매니아가 형성되고 계속해서 관심을 받는 것 같아요”

그의 글이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얼마 전 김남훈 씨는 자신의 레슬러 친구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벌칙맨으로 출연했다가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언론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확대 재생산됐고, 인터넷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돌았다. 김 씨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논란의 시작이 된 트위터였다. “트위터에 언론에서 잘못 보도한 내용들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어요. 덕분에 초기에 저를 비난하기만 했던 네티즌들도 제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첫 인상 때문에, 그리고 프로레슬러라는 직업에 겁을 먹는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어보면 생각이 바뀐다. 자칭 ‘동양의 미소년’, ‘미소년 프로레슬러’김남훈은 블로그에선 따뜻한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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