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해결 위해 당사자간 신뢰 쌓아야"
"기후변화 해결 위해 당사자간 신뢰 쌓아야"
  • 고대신문
  • 승인 2010.08.3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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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25일(수) 인촌기념관 대회의실에서 ‘누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기후변화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전 세계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절대적인 정책이 수립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려서는 안된다며 기후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구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정책을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해야할 이 시기에 누군가 완전한 처방을 내리기를 마냥 기다린다면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기존의 관점을 비판하다
오스트롬 교수는 공동자원을 둔 여러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는 한 가지 해결책으로 풀어갈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의 전통적 관점은 공유 자원을 잘 관리할 ‘주인’을 만들어 통제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주인’은 공유자원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황폐화 현상인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할 전형적인 대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당장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온실가스 배출 에너지 사용을 천천히 줄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계속 쓰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노력한 대가를 누리는 ‘무임승차’를 하는 이들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 때 기존의 관점은 정부가 에너지 사용량을 점차 줄이기 위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해 지구적 차원의 권고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스트롬 교수는 “굳이 획일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아도 공동체의 자율적인 관리로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타난다.
오스트롬 교수는 자율적인 관리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과 사회가 먼저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은 항상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높은 협동수준을 유지하려면 당사자들이 반드시 신뢰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정책도입의 정당성과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적 비용을 줄이려면
각 가정과 마을이 탄소배출 연료를 쓰면 쓸수록 미래의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지출해야 할 잠재비용이 늘어난다. 오스트롬 교수는 “지역 공동체를 이루는 가정이나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아껴 쓰고 절연 장치,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투자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점점 커져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지역 공동체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 비영리 공익사업체는 에너지 사용자의 일부를 표본 삼아 그들의 이웃과 비교해 그래프로 제시한 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쓴 사람 옆에는 ‘미소’ 표시를, 에너지를 낭비한 사람 옆에는 ‘찡그림’ 표시를 넣었다. 이 캠페인을 계기로 ‘미소’ 표시를 받은 사람들은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를 얻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 사업에 대해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력 절약 기기 구매에 대한 금전적 리베이트를 제공하던 이전의 시책보단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국제사회는 만병통치약이 될 하나의 일관적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기후변화 원인을 수렴하는 전 지구적 대응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정책실험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입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 이에 대해 오스트롬 교수는 “시행착오 없는 학습은 없다”며 “지금 다양한 시도를 해서 여러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 있지만 각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해법이 주어지면 따른다는 태도가 아닌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오스트롬 교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지역에 대한 지식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기구 혹은 국가가 입안한 정책도 결국 지역적 행동과 집행을 필요로 한다”며 “기후변화 해결책은 반드시 다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자발적인 노력만이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가 넓은 만큼 기후변화 문제엔 넓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인류는 복수명사다. 문제의 해결책이 하나일 수 없는 이유다.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
UCLA 정치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출판한 <공유의 비극을 넘어: 공유자원관리를 위한 제도의 진화>에서 공공선택이론을 행정학에 접목했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공공 이익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공유지의 비극' 현상에 대해 공동체를 통한 문제해결 이론을 제시했다. 이 공로로 올리버 윌리암슨(Oliver Williamson) 교수와 함께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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