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상윤 기자 chu@

 

 

 

 

 

 

 

 

 

2010년 8월 31일. 한국언론사의 개척자가 정든 교단을 떠난다.

김민환(미디어학부) 교수는 한국에 대표적인 언론사 연구학자다. 김 교수는 개화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언론사를 집대성했다. 

지난 24일, 정년퇴임을 일주일 앞둔 김민환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지적하며 한국언론이 발전하기 위해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공정한 공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환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정년퇴임 이후 언론학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갖고 있던 수 천 여권의 전공서적은 모두 조선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손때 묻은 책들이라 버릴 수도 없고 새 집으로 가져가자니 걸어다닐 공간조차 없을 것 같더라고요. 마침 조선대에서 관심을 보여 기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한국언론사 강의를 더 이상 맡아줄 후임 교수가 없어 섭섭할 법도 한데 김 교수는 홀가분하게 퇴임 이후의 목표를 말했다. “보길도에 내려가서 영화 시나리오를 쓸 생각입니다. 내가 영화광이거든요. 실미도 이후 극장에서 본 영화가 300편은 넘을 겁니다” 자신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가리키며 9월 초면 완공된다는 보길도의 새 집 사진도 보여줬다.

김민환 교수는 기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언론학에서 역사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문방송학은 언론 현업에 가서 일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실무교육에 치중하게 되지요. 하지만 어떤 분야의 일을 하더라도 그 분야의 역사를 알고 역사의식을 가지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한국언론사를 계속해온 이유입니다.

해방 후 한국사회의 변화는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친소 경향의 공산주의와 친미적인 자유주의, 이 둘을 절충하고 초극하려는 진보주의 이념으로 분열됐습니다. 해방공간에서 언론이 할 일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해 바람직한 공론을 만드는 것이었으나 당시 언론은 특정 정파의 앞잡이 노릇을 했지요. 언론이 통합이 아닌 분열을 주도하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이러한 권력의 앞잡이 노릇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언론사의 명맥이 끊기는 것에 대해 아쉽지는 않나요
내가 강단을 떠나며 서울 시내에서 한국언론사 강의가 종적을 감추게 됐습니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몇 군데 남지 않았고요.

요즘 학생들은 한문이 익숙하지 않아 황성신문의 사설 한편을 읽어내는데 일주일 가량이 걸립니다. 언론사를 전공하겠다고 들어온 대학원생들 조차 신문 사설 번역하는 것을 세 번 정도 하고 나면 다들 전공을 바꾸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요즘 학생들이 대충 적성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말하는 적성이란 적당한 성적을 얘기하는거예요.(웃음)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대학에 진학한 것이 아니다보니 그 분야에 대해 열의를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또한 학생들 대부분이 한문보다 영어가 익숙한 탓인지 동양사와 한국사는 기피하고 서양사를 택하는 경우가 많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 연구 뿐 아니라 정치사, 경제사 등 분야사를 연구하려는 학생도 점차 줄고 있습니다. 언론사 연구는 희소성이 있어 전망이 좋은 분야지만 요즘에는 주체적으로 끈질기게 매달리는 학생이 거의 없어 아쉽습니다.

오늘날 한국언론을 평가한다면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 언론의 품질은 획기적으로 향상됐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품질이란 신문에 담긴 정보량과 정보를 가공하는 기자의 능력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런 획기적 품질 향상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는 것이 한국언론의 ‘정파성’입니다. 뉴스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정파성’이 섞여 들어가는거죠. 기자는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확보해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기자들은 사실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매체의 성향에 맞는 신문을 만듭니다. 특히 메이저 언론은 ‘이용 가능한 최선의 버전’이 아닌 ‘확보 가능한 최선의 버전’을 만들어야 하며 이것이 한국언론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쇄매체, 특히 신문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흔히 종이의 시대는 갔다고 말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달라진 것 뿐입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팔던 시대는 갔고 쌍방향 상호작용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지요. 요새 아웃소싱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이제 매체는 대중에 의한 ‘매스소싱(mass-soucing)’을 해야 할 때입니다. 과거 수동적 수용자로 존재하던 대중이 앞으로는 위키피디아를 만드는 것처럼 능동적 사용자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 흐름에 적응하는 매체는 살아남고 역행하는 것은 쇠퇴하게 되는거죠. 이 흐름에 가장 둔한 것이 신문이고 가장 빠른 것이 인터넷 매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교 행정을 하면서 인상 깊은 일이 있다면
오래전에 기획처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등록금을 파격적으로 17.4% 올린 것이 가장 큰 이슈였고, 그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등록금이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영학과 교수에게 수업에 드는 생산비를 산출하도록 의뢰했더니, 의대 같은 경우에 등록금을 두 배 가량 인상해야 하더군요. 현실적으로 등록금 두 배 인상은 어렵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17.4%를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은 인문계열과 이공계열 등록금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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