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송 씨는 6개월 전 설레는 마음으로 새 가족을 맞았다. 요크셔테리어 몽이. 애완견이 생겨 외로움과는 안녕이라고 생각했지만 달콤한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취하며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냄새와 털 날림은 물론이고 가끔씩 몽이가 아플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느라 며칠 집을 비울 때면 몽이를 맡길 곳이 없어 번번히 문제가 됐다. 결국 송 씨는 고파스에 몽이를 입양해줄 사람을 찾는 글을 올렸다.

 

‘밤에 돌아왔을 때 날 반겨줄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다’ 홀로 생활하는 자취생이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애완동물을 입양한다. 애완동물은 인간과 정서적 교류를 한다는 점에서 외로움을 타는 자취생들에겐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애완동물을 입양한다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주인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애완동물에게도 전달된다.

 

자취생들이 애완동물을 키울 땐 애완동물을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인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좋은 사료는 꿈, 저가 사료가 현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자취생은 애완동물에게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정적으로 드는 사료비와 초기 예방 접종비 외에도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애완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면 계획에 없던 추가비용이 든다.

 

고양이를 1년 7개월 키웠던 이승주(문과대 영문05) 씨는 “중성화 수술을 하는 데 20만원 정도 들었고 고양이가 병에 걸릴 때 드는 진료비나 약값 역시 상당히 비쌌다”며 “학생이다 보니 이러한 금전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돈을 절약하기 위해 저렴한 사료를 구입하기도 한다. 동물병원에서 사는 사료는 보통 한달 분량에 1만 5000원(애견 기준)인데 비해 마트에서는 7000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3개월 동안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이한울(과기대 사체09) 씨는 “주로 동물병원에서 사료를 사지만 가끔은 마트에서 저렴한 사료를 구입하기도 했다”며 “저렴한 쪽에 눈이 먼저 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가 사료가 애완동물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가 사료는 맛을 위해 사료표면을 당분으로 코팅 하는 데다 피부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부산물과 방부제가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다운 동물병원 조명호 원장은 “저가 사료는 일반적인 사료에 비해 질이 떨어지고 애완동물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며 “약간 비싸더라도 동물병원에서 품질이 좋은 사료를 구입해야 하고 그러지 못한다면 애완동물을 위해 차라리 처음부터 입양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사람의 외로움은 채워지고 동물의 외로움은 방치되고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입양한 애완동물. 그러나 당신이 방을 비운 사이 혼자 남겨진 애완동물은 사람처럼 외로움을 타고 있다. 심한 경우엔 정신질환을 겪기도 한다. 특히 사회성이 뛰어난 강아지의 경우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강아지는 주인이 외출 할 때마다 주인에게 심한 집착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집을 비운 동안 혼자 둔것에 대한 반항심을 표출하기도 한다. 때때로 강아지는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이식증 등의 행동장애를 겪는데 이 경우에는 대변에 섞여 있는 세균들로 인해 소화기성 질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10개월 째 자취방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문은미(보과대 보건행정09) 씨는 “외출 후 돌아오면 강아지가 물건을 물어뜯거나 이불 위에 오줌을 싸는 등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논다”며 “강아지가 혹여나 위험한 것을 먹거나 사고라도 칠까봐 집도 오래 못 비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윤화영(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자취생들이 외롭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분양받지만 그 전에 자신이 얼마나 애완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홀로서기 잘하는 고양이가 안성맞춤

 

전문가들은 자취생에게 가장 어울리는 동물로 ‘고양이’를 추천한다. 호랑이과에 속하는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호랑이의 특성을 이어받아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이다. 정 동물병원 정기영 원장은 “고양이를 위한 화장실만 마련돼 있으면 혼자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고양이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은 자취생이 키우기 적합한 동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암코양이의 경우엔 발정기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애완동물은 6개월에 한번 12일에서 15일 정도 발정기를 지내지만 고양이들은 생후 8개월 후 첫 발정기가 오고 이 때 수정이 안 되면 한 달 내내 발정기가 지속된다. 발정기 때 고양이는 계속 울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기 십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암코양이를 키울 땐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는 중성화 수술을 한다. 중성화 수술비용은 평균적으로 25만원에서 30만원 정도다.

관련지식 쌓고 책임감 가져야

 

애완동물을 키우는 자취생에게 요구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책임감이다. 일부 자취생들은 애완동물을 입양할 당시의 마음과 달리 심한 악취와 털 날림, 비용 문제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애완동물을 타인에게 파양하려는 결정을 내린다.

고파스(koreapas.net)에선 종종 애완동물 입양을 요청하는 글을 볼 수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한번 파양되고 입양될 때마다 동물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심하기 때문에 입양, 파양 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파양을 해야 한다면 애완동물을 잘 알고 끝까지 책임져줄 사람에게 입양시켜야 한다.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이 관련지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애완동물을 키울만한 환경인지 살펴봐야한다.

황철용(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 것을 미리 염두해야 한다”며 “기분이나 유행에 따라 애완동물을 입양하고, 한계에 부딪치면 쉽게 파양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책임감과 노력이 쌓이고 쌓일 때 비로소 애완동물은 자취생들의 영원한 룸메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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