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에 치중하던 1980년대, 삶의 질 향상과 여가의 중요성을 외치던 학자가 있었다. 당시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 협회 이사를 맡았던 위성식(과기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다. 지금은 물질적 가치만큼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그 시절 정신적 가치는 뒷전이었다. “여가 소리를 하면 미친 놈 소리 듣던 때였어. 이북에선 천리마 운동하고 있던 때니까, 우리도 열심히 일해야 되는데 왜 노는 걸 공부하냐고 그랬었지”

마지막으로 맡으신 직책이 체육위원장입니다.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셨습니까
지난 8월 31일 정년퇴임을 한 위 교수가 본교에서 마지막으로 맡은 직책은 체육위원장이었다. 한 학기라는 짧은 임기였지만 대학체육에 대해 그가 품었던 생각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덕분에 정년퇴임을 한 위 교수의 발걸음은 가볍다.

 

과거 사회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용어가 바뀔 때 적극 반대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정부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관람하는 스포츠에서 생활 속의 스포츠로 변해야 한다며 생활체육으로 용어를 바꾸자고 했었죠. 그렇게 되면 사회체육의 학술적 이론이 빈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1년 정도 문화체육부와 논쟁한 끝에 학교나 학과 이름을 사용하거나 학술적인 논리를 전제로 하는 연구에선 ‘사회체육’을 쓰기로 하고, 생활현장에서 체육을 홍보할 땐 생활체육으로 쓰기로 결정됐죠.


본교 교양체육을 평가한다면
일단 학생들이 체육을 즐길 여건은 잘 마련돼 있어요. 녹지운동장, 화정체육관, 아이스링크는 국내 최고수준이고 교양체육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참여도 활발한 편이고요. 가르치는 것도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방법론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해요. 학생들에게 간단한 기술만 가르쳐줘도 분명히 나중에 도움이 되니까요.

운동부에 대한 학부모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던데
작년에 농구부 폭행사건이나 축구부 심판매수 사건의 핵심은 사실 학부모 지원금이에요. 원래 우리 학교도 그렇고 거의 모든 학교 운동부가 선수 학부모들한테 지원금을 받는데 그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내 돈으로 선수들 뒷바라지 하는데 왜 성적이 안 나오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거죠. 학부모 지원금을 안 받으면 당분간 재정적으로 힘들겠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 좋은 선수들이 우리 학교로 많이 몰릴 거라고 봅니다. 학부모들 지원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학교로 자식들 보내려고 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우리가 앞장서서 힘든 길을 걸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대학스포츠의 판이 바뀌길 희망하고 있어요.

국내 대학 최초로 체육특기자로 입학하지 않더라도 운동부 선수가 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셨습니다.
엘리트 체육이 가진 문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시도입니다. 지금 운동부는 프로도 아니고 외국처럼 순수 아마추어 모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요. 선수들에 대한 인식도 ‘생전 공부 안하는 애들’로 굳어지고 실제로도 운동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아마추어리즘으로 돌아가서 1군, 2군, 3군 제도를 운영해야 됩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부터 개인종목 선수들에 한해 학생선수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일단 제도상의 물꼬를 텄으니까 계속 제도를 보완하면 5개 운동부까지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엘리트 체육의 순기능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은 홍보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어요. 스포츠의 광고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죠. 간단히 예를 들어서 신생학교가 이름을 알리려고 축구부를 만들었다고 가정합시다. 대회에 나가서 12대 0으로 져도 언론에 보도되면 그게 홍보입니다. 올림픽이나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부모들이 ‘우리 아이도 한번 시켜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이 이만큼 발전한데는 엘리트 체육이 분명히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맡으신 직책이 체육위원장입니다.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셨습니까
목표했던 것은 대부분 이뤘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선수들의 장학금 수여 원칙을 바꾼 거였습니다. 처음에 체육위원장으로 왔을 때 선수 전원이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학금이란 학교를 위해 공헌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면 보상차원에서 지급하는 게 마땅합니다. 현재는 일정 기준을 정해서 받을만한 선수에게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어요. 그 밖에 선수들이 마사지를 받거나 찜질할 수 있는 재활치료실을 만들었습니다. 재활치료실 덕분에 선수들 부상도 예방하게 됐고 실제로 부상자도 많이 줄었죠. 올 연말에 의료비용 계산해보면 예년에 비해 절감한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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