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미국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동점골을 넣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 일본전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선수. 선수시절 빠른 달리기로 ‘날쌘돌이’라 불리며 프랑스에서 ‘쎄오’ 열풍을 일으킨 선수.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코치로 팀을 8강으로 이끌었고, 지금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서정원(경영학과 88학번) 씨 이야기다. 고려대 출신 축구부 베스트 11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서정원 코치를 만나 그가 기억하는 선수생활과 지도자로서 소망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까지 선수 서정원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극적인 상황에 골을 넣어 많은 국민들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축구 선수로서는 유일무이하게 애국가 엔딩에 두 번이나 얼굴을 비치기도 했지요.(웃음)

청소년대표팀에서 이미 큰 성과를 이뤄 런던 올림픽이 부담될텐데, 각오는
2009년 청소년대표팀에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축구 교육을 받은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 선수들은 가르쳐 주는 것을 매우 영리하게 받아들였고 코치진과 선수 간의 호흡도 잘 맞았어요. 이런 점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던 대부분이 현재 런던 올림픽대표에 선발된 상태에요. 선수단과 코치진 모두 부담을 갖기보다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의지가 강해요. 런던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학원축구를 평가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나이대별로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합니다. 이 점이 유럽에 진출해서 가장 부러웠던 부분입니다. 유럽의 경우 한 축구 구단 내에 유소년, 청소년, 성인 팀이 구성돼 있고, 각 팀은 구단에서 제공하는 운동 과정에 따라 체계적인 학습을 합니다. 예를 들어 구단에서 4-4-2 전술을 기본으로 한다면 각 급의 팀은 모두 정해진 포메이션에 맞춘 훈련을 하죠. 때문에 기본적인 전술을 익혀 기본기를 다질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매번 새로운 전술을 익히는 데에 급급합니다. 결국 전술 이해도도 떨어지고 기본기는 부족해지죠. 다행히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여러 축구센터가 설립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이 유소년부터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받게 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데트마르 크라머(Dettmar Cramer) 감독을 닮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 감독을 겪었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던 크라머 감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크라머 감독은 기존의 국내 지도자와는 달리 세심한 감독이었습니다. 스파르타식 훈련에서 벗어나 선수들과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며 융화를 중시했어요. 개별 상담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관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문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선수로부터 능력 이상 끌어내는 크라머 감독을 존경합니다. 저 역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 제가 이끌 팀에 그 방법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대학 시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입학 후 동기가 선배에게 ‘연고전은 언제 열립니까?’라고 물었다가 영문도 모른 채 호되게 혼났던 적이 있습니다. 고연전을 준비하는 합숙 기간 중반에 열리던 막걸리파티도 기억에 남습니다. 막걸리파티엔 꼭 파트너를 데려가야 했는데, 데려갈 파트너가 없어 지인의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가곤 했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세간에 무뚝뚝한 이미지로 알려진 홍명보 감독이 이런 자리에선 항상 사회를 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는 거예요.

고려대로 진학한 이유
사실 많이 고민했습니다. 거제고등학교 시절 어느 프로팀에서는 저를 데려가기 위해 거제고 선수 10명을 조건 없이 데려간다는 제안을 했거든요. 하지만 당시 고려대가 프로팀 이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어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연세대에서도 입학 제의가 왔지만 축구에서 최고의 명문은 고려대였습니다. 다른 학교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정기전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지
20년이 넘었지만 정기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입학한 해인 1988년 치른 고연전에서 3대 0으로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고려대 축구부가 대학최고라고 자부한 저로선 굉장히 분했고 인정할 수 없는 결과였죠. 이듬해에는 5대 2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어요. 마지막 4학년 때는 정기전에서 축구부를 제외한 모든 운동부가 패한 상황에서 경기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고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축구 경기는 승리해야만 했었고, 결국 3대 1로 이겼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고연전만큼은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나네요.

고연전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연세대 축구부의 상승세가 눈에 띄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대학축구는 고려대가 최고였습니다. 전술적, 기술적인 부분은 서동원 감독께서 잘 지도하고 계시니 제가 조언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선수들이 절대로 긴장하지 말고 올해 여러 대회에서 보인 모습대로만 경기에 나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대학 생활을 추억할 기회를 줘 고맙다는 서 코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고려대를 거쳐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지도자로 새로운 축구인생을 시작하는 서 코치, 모교 경기를 즐겨본다며 고려대 축구부에게 힘내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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