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창 디자인서울 캠페인으로 거리가 가꿔지던 서울에 한바탕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서울이 좋아요’라던가 ‘4色 매력 한강공원’처럼 디자인서울을 홍보하는 포스터 말풍선 안에 ‘껍데기 디자인이 요기잉네?’, ‘그냥 좀 내비둬라. 노점상이고 달동네고 동대문운동장이고!’, ‘강남만 좋아요’ 같이 서울시 디자인 정책을 비판하는 스티커가 붙었기 때문이다. ‘I Like Seoul'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이끈 것은 서울대 디자인 학부 선후배가 모여 만든 ’창작그룹 FF’다.

‘I Like Seoul’은 ‘디자인서울이 사람들을 정말 행복하게 할까?’란 의문에서 시작했다. 최보연(서울대 디자인학부05) 씨는 “서울시 디자인 정책은 시민은 소외시킨 채 단순히 새 것과 예쁜 것으로만 치장하는데만 집중했다”며 “이러한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정책에 의문을 품은 디자인학도들은 이리저리 부딪혀가며 다양한 방법으로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처음엔 서울시 디자인 수도 정책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 했지만 저널리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있어 스티커를 활용한 ‘I Like Seoul'을 시작했다. 디자인과 시민에 대한 고민을 재치있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FF팀의 스티커 붙이기는 서울시 곳곳으로 번졌다.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의 지지를 받게 됐고 일간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FF의 이러한 활동이 주목을 받자 서울시는 의도는 좋지만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이 불법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서울시와의 면담 후 FF팀은 고민 끝에 ‘청소하기’라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디자인수도를 대표하는 장소 5곳의 바닥을 청소해 ‘서울의 진보, 인간성의 퇴보’라는 글자를 드러내기로 한 것이다. 대학로, 홍대앞, 가든파이브, 강남 일대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글자모양으로 떼어낸 부분을 칫솔로 문지르며 청소하며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멤버 4명으로 구성된 창작그룹 FF는 구성원마다 소셜네트워크, 디자인, IT 등 각자의 관심사와 역할이 다양하다. 그들의 지향점이나 정체성이 있다기 보단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토의를 거쳐 함께 활동계획을 세우며 활동한다. 조만간 아르코 미술관에서 환경과 관련한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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